[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을 내세운 신약 개발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장 질환, 신경계 질환, 대사질환 등 치료제 개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바이옴은 미생물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브(microbe)'와 생태계를 뜻하는 '바이옴(biome)'이 합쳐진 용어로, 체내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을 지칭한다. 체내에는 약 100조 개 이상의 미생물이 있으며, 이 중 80% 이상은 위, 소장, 대장 등 장 소화기관에 집중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은 단순히 소화를 돕는 역할을 넘어 면역 체계 강화, 대사 조절, 신경전달물질 생성 등 다양한 생리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생물 군집을 조절함으로써 장 질환뿐만 아니라 암, 대사질환, 신경계 질환 등의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셀트리온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파이프라인 확보에 힘 쓰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2월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인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와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경구형 파킨슨병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생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미생물 치료제 개발 기업인 바이오미와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개발을 위한 지분 투자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바이오미는 자체 R&D 플랫폼으로 도출한 다제내성균 감염증 신약 후보균주 'BM111'과 심혈관질환 치료 후보물질 'BM109' 등 여러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BM111 개발을 가속화하고, 향후 성과에 따라 권리나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 BM111은 여러 미생물을 조합해 만든 생균 치료제(Live Biotherapeutic Product·LBP)로, 항생제 내성이 생긴 세균 집단을 분해해 제거하는 '탈집락화' 과정을 통해 감염증을 치료하는 기전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기업 쎌바이오텍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대장암 신약 후보물질 'PP-P8'의 임상 1상을 앞두고 있다. PP-P8은 회사의 특허 균주 락토바실러스 람노수스(Lactobacillus Rhamnosus, 이하 CBT LR5)에서 유래된 'P8' 항암 단백질을 통해 대장암 치료 효과를 높이도록 유전자를 재조합한 후보물질이다.
쎌바이오텍은 PP-P8을 경구용 제제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번 임상에서 중증 단계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내약성 평가 △안전성 평가 △유효성 탐색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PP-P8에 약물 전달 시스템(DDS)이 적용돼 복용 편의성이 높고, 약물이 장까지 직접 전달돼 치료 효율 또한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그룹 계열사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면역항암 신약 후보물질인 'CJRB-101'에 역량을 쏟고 있다. CJRB-101은 면역항암을 표적으로 삼은 신약 후보물질로, 비소세포폐암 등을 적응증으로 한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내로 이를 완료한 뒤 임상 2상에 돌입할 방침이다. 회사는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 'CJRB-302'도 개발 중이다.
이 외에도 메디톡스 관계사인 리비옴은 염증성 장 질환 치료 신약 물질인 'LIV001'을 개발하고 있으며, 종근당바이오는 연세대학교 의료원과 공동으로 연구센터를 설립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리비옴은 지난달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LIV001의 유럽 임상 1b상 승인을 받았고, 종근당바이오는 생산 시설을 확장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연구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라며 "연구 범위를 비만 등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54.8% 성장률을 기록하며 약 14억6530만달러(한화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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