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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문 잠근 은행들…기업 대출 확대가 독이 됐다


기업 대출 옥죄고 비대면 가계대출 속속 중단
빚 폭증에 위험가중자산 눈덩이…두 배 '껑충'
밸류업 발목 잡힐라…대출 막아 RWA 관리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은행권이 2년 만에 대출 문을 걸어 잠갔다.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빚이 폭증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눈덩이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이행하려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여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끌어올려야 하는 영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RWA는 979조611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9조820억원 증가했다. 9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증가 폭(34조8440억원)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기업 대출이 늘어 RWA를 끌어올렸다. 9월까지 올해 5대 은행의 원화 대출은 101조8620억원 폭증했는데, 기업 대출이 63.34%(64조5230억원)을 차지했다.

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는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데 최다 구간인 BBB 등급의 가중치는 75%다. 주택담보대출은 담보 인정 비율(LTV) 100% 이하까지 50%의 가중치만 적용해 기업 대출보다 부담이 적다. LTV 규제 비율이 최대 70%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 상한선은 가계대출보다 높다.

이에 은행들은 가계대출로 선회했지만, 이조차도 예상보다 빠르게 급증하며 RWA를 끌어올렸다. 9월까지 올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38조5930억원 불었다. 지난해 1241억원 감소한 것을 넘어 극단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은행들이 RWA를 틀어막아야 하는 데는 밸류업 역량이 CET1 비율로 갈리기 때문이다. 감독 당국에선 CET1 비율이 13%를 초과할 때 남은 재원을 주주 환원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으로 나눈 지표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만큼 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의 RWA를 줄여 주주 환원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자료=각 사]

가장 시급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9월 말까지 올해 원화대출이 29조302억원(8.61%) 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기업 대출이 20조371억원(10.67%) 증가했고, 가계 대출도 8조8970억원(8.89%) 늘었다. 반면 자본은 31조8310억원으로 비교적 낮다.

우리은행은 9월 말까지 올해 RWA 증가율이 9.22%에 달한다. 이런 영향을 받아 우리금융지주의 CET1 비율도 12%로 5대 지주 중에서 가장 낮다.

신한은행도 위험 수위다. 신한은행은 자본이 39조5430억원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으나, 올 9월까지 대출이 29조1210억원(8.41%) 늘었다. 역시 기업 대출이 18조4290억원(10.28%) 불어났고, 가계대출도 11조1380억원(7.9%) 늘어 RWA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8.48% 증가했다.

신한금융지주 내 계열사의 선방으로 신한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13.13%로 방어했으나, KB금융지주(13.85%)와 하나금융지주(13.17%) 대비 낮아 바짝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기업 대출 확대를 제한하고 비대면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비대면 가계대출을 제한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기업 대출은 열어둔다는 분위기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조치에 풍선효과를 우려한 기업은행도 비대면 가계대출을 중단했다. 기업은행은 RWA 관리보다는 국책은행으로 가계대출 취급 한도가 제한적인 만큼 한도 소진을 우려해 문을 닫았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넉넉하고 대출 증가 폭이 크지 않은 국민은행은 여유가 있다. 대출 증가 폭이 크지 않은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비대면 대출을 중단할 정도로 급하진 않다.

은행 한 관계자는 "자본이 적은 우리은행과 증가 폭이 큰 신한은행이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선제적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해 왔던 나머지 은행들은 가계대출 중단을 고려할 만큼 상황이 급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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