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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과 사랑에 빠졌어요"…조수진 일미푸드 대표 [인터뷰]


국내 최초 생오이피클 생산 후 24년간 업계 선도…컵 피클 특허도 보유
"이젠 글로벌 시장 진출 모색…스마트팜 구축도 염두에 두고 사업 추진"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음식점에서 흔히 접하는 오이피클, 국내에선 독보적으로 일미푸드가 공급합니다. 24년째죠. 이제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북미에서 K-푸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교 급식에 우리 컵피클을 넣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거든요."

조수진 일미푸드 대표의 말엔 자긍심과 자신감이 함께 묻어 있다. 지난달 25일 만난 자리에서다.

라면에는 김치, 햄버거엔 콜라, 자장면엔 단무지처럼 항상 따라붙는 짝꿍 음식들처럼 피자와 파스타를 먹을 때에는 피클이 빠지지 않는다.

피클은 피자, 파스타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 입안 가득 청량감을 선사하고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배달 혹은 매장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먹을 때 항상 따라오는 피클.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의 물컹물컹한 식감의 피클이 아닌 아삭함이 가득한 피클을 먹고 있다. 일미푸드는 이러한 변화의 시작을 알린 기업이다.

조수진 일미푸드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중림동 아이뉴스24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국내 최초 생오이피클 생산…일미푸드의 피클 외길

일미푸드는 2000년 3월 피클 생산을 시작해 현재까지 여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다. 피클에 관해서는 여기를 따라올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배달로 피자를 시키면 피클이 별도 용기에 담겨 오는데, 이 용기를 개발해 특허를 가진 곳이 일미푸드다. 용기 개봉을 쉽게 하도록 비닐 끝부분을 살짝 들려있게 만든 것도 역시 특허 내용이다. 배달을 통해 오는 피클의 80% 이상이 다 이곳에서 만든 제품일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일미푸드의 이같은 성장은 피클 연구에 일생을 바친 창업주 고(故) 조종열 전 대표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 전 대표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피클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매 끼니 다양한 제품의 피클을 먹으며 최적의 식감과 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5년 오랫동안 사용해 온 중국산 염장오이가 아닌 국산오이로 피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우리가 먹는 생오이피클의 시작이다.

지난해 조 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후 셋째딸인 조수진 대표가 아버지의 열정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조 대표는 "어렸을 때 밥상에 오이 관련 음식은 빠지지 않고 올라왔다.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먹어본 소감을 물어 이를 토대로 연구, 개발을 계속하시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라며 "아버지는 피클 개발에 일평생을 바치셨다. 그런 모습이 자랑스럽고 우리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수진 일미푸드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중림동 아이뉴스24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창업주의 막내딸, K-피클 세계화 꿈꾼다

조수진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를 수료하고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또한 중국 국제학교에서 입학처장과 영어교사로 재직한 경험도 있을 정도로 해외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생오이피클의 세계화를 꿈꾼다. K-푸드가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재 상황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을 보태는 이유 중 하나다.

조수진 대표는 "북미 지역에서 학교 급식에 우리가 만드는 컵피클을 쓰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소량 포장인 데다 배식의 간편함, 변질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의 경우 아직 피클은 피자, 파스타 등을 먹을 때만 곁들이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해외에서는 간식으로도 소비가 가능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한 수요, 경쟁력 확보, 배송에 대한 어려움 등을 체크해야겠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시아권에서도 수요가 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중동권에서도 생오이피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미푸드 역시 글로벌 진출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

조수진 일미푸드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중림동 아이뉴스24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생산부터 제조까지…스마트팜 구축 염두

일미푸드는 피클 제조를 위해 국내 오이 생산량의 1% 가량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고온과 집중호우 등 이상 기후로 인해 오이값이 폭등하면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여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와 거래 중인 일미푸드는 오이값이 폭등해도 납품가를 조정할 수 없기에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계약을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납품가를 올릴 수밖에 없고,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고통을 분담해야 하기에 일미푸드는 마진을 줄여가며 신뢰를 이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조 대표는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에 제조를 넘어 생산까지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팜의 선진 기술을 보유한 스웨덴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기에 국내에 이를 도입해 오이값 폭등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과거에 비해 오이값이 말도 안 되게 올랐다. 국내산 오이만 고집하는 우리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상 기후에도 오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스마트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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