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실제 제사를 지내는 사람의 동의가 없었다면, 조상의 유골을 파묘해 화장하는 것이 유골손괴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유골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0년 7월 B씨와 함께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임야를 매도했다. 해당 임야에는 이들 조상의 합장분묘 등이 자리 잡고 있었으나 A씨 등은 중장비 등 포크레인을 동원해 분묘를 발굴하고 유골을 화장했다.
이 과정에서 민법상 제사 주재자인 사촌 형제 등 다른 자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 분묘발굴과 유골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B씨의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곧장 항소했으며 2심은 "적법한 장사의 방법인 화장 절차에 따라 예를 갖춰 납골당에 유골들을 안치, 제사와 공양의 대상으로 제공했다면 유골을 본래의 사용 목적 외 상태로 만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골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분묘발굴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유지, A씨 등에게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 등의 행위가 '유골손괴'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죽은 사람의 유체·유골은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관리·처분은 종국적으로 제사 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해 "제사 주재자나 그로부터 정당하게 승낙을 얻은 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유골의 물리적 형상을 변경하는 등으로 훼손하는 것은 손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적법한 화장 절차에 따라 유골이 안치됐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의 손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유골손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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