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 세계 주요 화석연료업체들이 이른바 ‘스포츠워싱(sportswashing, 인권과 환경 문제 등을 일으키는 국가들이 시선을 스포츠로 돌리는 활동)’에 수조원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매체 가디언 지는 18일 “화석연료업체들이 스포츠워싱에 56억 달러(약 7조4500억원)를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이 후원하는 스포츠는 모터스포츠를 비롯해 축구, 골프, 심지어는 겨울 스포츠까지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포츠팀과 업체 사이 200개 이상의 후원 거래를 추적한 기후 싱크탱크인 NWI(New Weather Institute)가 진행한 관련 연구를 보면 석유와 가스 업체의 자금 영향을 받지 않는 주요 스포츠는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이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타이슨 퓨리, 앤서니 조슈아 등 스포츠 스타들은 후원 계약의 하나로 중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디언지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화석 연료업체들이 ‘스포츠워싱’으로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며 “스포츠워싱은 국가가 훼손된 평판을 개선하기 위해 스포츠 경기를 통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관행으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은 “스포츠워싱으로 GDP가 1% 증가한다면 우리는 스포츠워싱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NWI의 보고서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는 스포츠 분야 최대 후원 투자자로 10개 후원사업에 약 13억 달러를 투자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석유회사 이네오스(Ineos)는 7억7700만 달러의 후원 계약으로 2위를 차지했다.
셸(Shell) 또한 4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스포츠를 후원하고 있었고 프랑스 최고의 석유회사인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는 3억4000만 달러 규모의 후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WI 측은 이 같은 현황을 분석한 뒤 “화석연료업체들은 대기 오염만으로도 연간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들의 제품을 스포츠로 뒤덮으려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후원은 기후위기를 촉진하고 인류 건강에 해를 끼치는 시선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종목으로 보면 축구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축구가 총 10억 달러에 달하는 59건의 후원 계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로 보면 모터스포츠가 1위를 차지했다. 모터스포츠가 40건에 22억 달러 규모의 석유와 가스 업체의 후원을 받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해당 화석연료업체들은 반박하고 나섰다.
토탈에너지스 대변인은 “우리는 수년 동안 주요 지역과 전 세계에서 열리는 주요 스포츠 행사의 파트너였다”며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가치, 안전과 서로에 대한 존중, 결속력, 성과를 지향하는 가치를 모든 이들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셸 대변인도 “지난해 저탄소 솔루션에 56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런 규모는 자본 지출의 23%”라며 “e모빌리티, 저탄소 연료, 재생 가능 전력, 탄소포집‧저장을 포함한 저탄소 에너지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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