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많은 성인들이 지나친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는 대상포진. 앓아본 사람들이 저마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백신을 투여받는다.
그 대상포진 백신을 두고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MSD가 오는 10월부터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Zostavax)'의 공급 중단을 결정하면서다. 이에 그 빈 자리를 SK바이오사이언스와 GSK가 노리고 있다. 두 회사의 백신은 서로 다른 장점이 있어 전망은 엇갈린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제품은 저렴한 1회 투여 제재인데, GSK 제품은 비싸지만 높은 예방 효과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 접종 첫날인 27일 오전 서울 중구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 조제하고 있다. 2021.01.27.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아이뉴스24 포토DB]](https://image.inews24.com/v1/72f267b119a68b.jpg)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MSD는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자사의 조스타박스 공급 중단을 알렸다. 오는 9월 30일까지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조스타박스는 2006년 5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공식 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 대상포진 백신이다.
국내에선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만 5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상포진 예방 백신으로 허가를 내줬고, 2012년 제품이 출시됐다. 이후 2017년까지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독점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던 한국MSD가 "조스타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 백신이 도입되며 전 세계적으로 임상적 수요가 감소했다"며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한국MSD는 "글로벌 시장에서 조스타박스 제조·공급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물량을 차질없이 공급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빈 자리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GSK가 채울 전망이다. 사실 조스터박스의 독점을 처음 깬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2017년 경쟁 제품인 '스카이조스터(SKYZoster)'를 출시하면서다. 2022년에는 GSK가 '싱그릭스(Shingrix)' 내놓아 대상포진 백신 시장 경쟁은 3파전이 되기도 했다.
대상포진은 주로 50대 이상 성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노화에 따른 면역력이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며, 과거 수두 바이러스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65세 이상이라면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대구시에 거주하고 있는 60대 A씨는 "최근 무료 대상포진 백신 접종 대상이라고 얘기를 들었다"며 "대상포진에 걸린 적이 없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기다렸는데 이제 부담없이 맞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리 접종을 끝낸 지인 얘기를 들어보면 비용도 각각 다 다르고, 주기에 따라 여러 차례 맞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어떤 제품을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한 번 맞고 끝낼 수 있는 제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여러 번 맞기엔 번거롭다는 이유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백신마다 특징이 있다. 싱그릭스는 2회 투여하는데 비해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1회만 투여하면 된다.
싱그릭스는 비용도 40만~60만원(2회분) 정도여서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있다.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는 1회만 접종하면 되고, 비용 측면에서도 싱그릭스에 비해 3배 정도 저렴한 13만~16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싱그릭스는 대상포진 백신 시장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경쟁 제품 대비 3배 정도 비싸도 높은 예방률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의 50대 이상 연령대 평균 예방률은 60%대에 머무는 데 비해 싱그릭스는 90%대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전체 매출 약 870억원 중 싱그릭스는 385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스카이조스터 262억원, 조스타박스 224억원 순이다.
다만 판매량을 따지면 스카이조스터가 싱그릭스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역 사회의 건강을 위해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통해 백신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IQVIA 데이터베이스에 집계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올해 지자체에 공급한 양이 이례적으로 많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공급 물량의 70% 정도가 투입됐다"며 "판매량으로 보면 다른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한국MSD의 퇴장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와 GSK 양자 간 경쟁구도가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각 지자체가 백신 확보 경쟁을 펼쳐 물량이 부족한 상태"라며 "그럼에도 현재 스카이조스터가 지자체에 75~8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격과 편의성을 따지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시장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많은 선진국에서 싱그릭스의 예방 효과를 신뢰해 이를 권고하고 있다. 종합병원 등에서 활발하게 쓰고 있다"며 "두 제품 모두 장점이 달라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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