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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기여했는데"…공정위 규제에 쿠팡 PB상품 축소되나


공정위, 검색 노출 알고리즘에 '밀어주기' 의혹 조사 나서…제재 시사
수천억 과징금 가능성도…PB사업 축소 땐 소비자 편익 축소 불가피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PB상품 '밀어주기' 의혹에 대한 제재 여부를 두고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PB상품 등을 검색창 상단에 띄웠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이 씨피엘비(CPLB)를 통해 운영하던 PB사업이 위축되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라북도의 한 마을로 '로켓배송' 중인 쿠팡 차량. [사진=쿠팡]
전라북도의 한 마을로 '로켓배송' 중인 쿠팡 차량. [사진=쿠팡]

◇ 공정위 심의결과에 과징금 등 제재 가능성…유통업계 '파장'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9일과 내달 5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과 씨피엘비(CPLB)의 고객 유인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최종 심의한다. 씨피엘비는 쿠팡의 PB상품 제조 자회사로, 곰곰(식료품)과 탐사·코멧(공산품 등), 비타할로(건강식품) 등 10가지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 PB상품을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상단에 인위적으로 노출해 부당하게 고객 유인에 나섰다고 보고 조사에 돌입했다. 또 회사 임직원 등을 동원해 PB상품의 상위 노출을 위해 구매 후기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함께 확인 중이다.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 쿠팡은 지난 달 "공정위가 유통의 본질인 상품 진열에 관해 세계 최초의 규제를 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PB상품 뿐 아니라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 화장품, 빠른 배송 상품 등의 상단 진열도 공정위가 '알고리즘 조작'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쿠팡 측 입장이다.

공정위는 '쿠팡 랭킹순'과 같은 정렬 방식과 달리, 쿠팡이 PB상품을 무조건 랭킹 목록 상위에 올라가도록 개입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전원회의를 통해 심의 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쿠팡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매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특히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 PB상품의 상단 배치 금지 등 제한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는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이 쿠팡과 비슷한 노출 방식이나 마케팅 수법을 쓰는 만큼, 이번 조사 결과는 유통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PB상품 등 특정상품의 개발이나 판매 행위 자체를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쿠팡의 주요 상품 가격 등락률. [사진=김태헌 기자]
쿠팡의 주요 상품 가격 등락률. [사진=김태헌 기자]

◇물가 3% 오를 때, 가격 7% 떨어진 '쿠팡 PB상품'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쿠팡은 최근 수년 간 주요 식료품 상품 가격을 고물가 속에서도 오히려 낮추며 소비자 편익을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면서, 이 같은 과징금을 받을 경우 비용 문제로 인해 비인기 상품 생산과 판매 등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쿠팡 PB상품 판매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 씨는 "자취하느라 돈과 시간이 부족해 쿠팡 '곰곰' 상품을 1주일에 2~3번씩 주문하고 있다"며 "쿠팡에서 PB상품 종류 등이 줄어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고물가를 억제하는 한국의 PB산업 경쟁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온다.

실제 쿠팡 PB상품은 고물가 시대, 물가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쿠팡의 가격 추적앱 '역대가'에 따르면, 쿠팡에서 판매되는 설탕과 시리얼, 두부 등 주요 가공식품 베스트 PB상품 44개의 평균 가격은 올해 2월 기준으로 전년대비 7.2% 낮졌다. 같은 기간 비교 대상 44개 품목의 통계청 소비자 물가 상승률(3%)을 감안하면 2배 넘는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실제 곰곰 쌀 떡국떡(1.5kg) 가격은 3670원으로 1년 전보다 40% 하락했고, 참기름(350ml)이나 콘플레이크 오리지널(1.2kg), 즉석밥(10개입) 등은 1년간 20% 하락율을 보였다. 설탕 물가가 1년 간 20% 오를 때 쿠팡 스테비아 설탕(1kg) 가격은 5.3% 빠졌다.

대기업 반값 수준의 제품도 많다. 고추장이나 된장 1kg제품을 1~2만원에 파는 일반 대기업 브랜드와 달리 쿠팡 PB상품은 6000원~8000원대 수준에 구입할 수 있다. 가성비 생수로 소문난 탐사수 2L(12개입) 제품은 6490원으로, 2L 한 병 가격이 540원이다. 가성비와 무료배송, 새벽배송이 시너지를 내면서 최근 수년 간 PB상품에 대한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 제품들이 공정위 심의 결과에 따라 판매 축소나, 소비자들의 검색 편의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쿠팡의 PB상품 매출은 전체의 5%에 불과하지만, 고객(2150만명) 풀이 넓은데다 자녀를 둔 주부와 자취생 등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도 고물가 억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최근 PB상품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중을 내비친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인플레 방파제' 역할을 해온 PB상품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중장기적인 PB산업 위축으로 물가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우리나라 PB상품 비중은 조사대상 50개국 중 43위로 3%에 머물렀다. 이는 스위스(52%), 영국(46%), 미국(17%)과 비교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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