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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대표이사도 못 바꾼 '조직문화'…결국 파국 맞은 '골든블루' [초점]


골든블루 노사, 임금협상 결렬…노조 지난 25일 '파업출정식' 열어
부산 기반 보수적 기업문화 노조활동 부정적…정당한 노조 활동 압박하기도
사측 "지속적으로 노사 간 대화 이어나갈 예정"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국내 위스키 브랜드 1위 기업 골든블루가 또 다시 파국을 맞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다. 골든블루 노동조합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골든블루 노조가 최근 부산 본사 인근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파업을 결의했다. [사진=골든블루]
골든블루 노조가 최근 부산 본사 인근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파업을 결의했다. [사진=골든블루]

29일 골든블루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골든블루 노동조합은 지난 25일 회사 본사가 위치한 부산센텀 본사를 찾아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이 노사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70여명의 골든블루 조합원 등이 참석했다.

◇ 골든블루, 경직된 사내문화에 '노사갈등' 계속

위스키 업계에서는 매년 되풀이 되는 골든블루의 노사 분규를 두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오너가의 인식과 지방기업 특유의 보수적 문화 탓이 가장 크다고 지적한다. 서울 등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과는 달리 토종 부산 기업인 골든블루의 사내 문화는 여전히 수직적이며 경직됐다는 것이 직원들의 내부 평가다.

골든블루 노조가 영업관리직을 위주로 구성된 것도 사측이 노동조합과 제대로 된 대화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골든블루의 경우 위스키를 직접 제조하는 대신 위스키 원액을 수입해 국내에서 병입해 판매하는 방식의 영업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공장 근로자의 수가 적어 파업 여파가 적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골든블루의 경우 노동조합 구성원이 대부분 영업조직에 편중되면서 사측에서는 실제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유통망 일부 차질을 제외하면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골든블루 사측이 노동조합을 대화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은 지금까지 노조 관계자와 공식적인 자리를 단 한 차례도 가지지 않았고, 최근 각자 대표에 선임된 박 회장의 둘째 딸 박소영 대표 역시 노조와 직접 소통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골든블루 노조 지부장은 "오너가가 단체교섭은 물론 공식적인 노사 간담회나, 상견례 등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소통을 회피하고 있다"며 "권한없는 임원들이 단체교섭에 나서면서 오너가의 지시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할 뿐 아무 결정권한이 없다보니 교섭이 점차 무의미해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박용수 회장, 노조에 부정적 인식…사측, 정당한 노조활동 방해하기도

올해 승진한 박소영 대표는 만 48세로 회사의 대주주지만, 여전히 회사 전반의 실질적 권한은 각자 대표인 박용수 회장이 쥐고 있다는 것이 회사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 회장이 노동조합 활동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면서 박 대표는 물론 사측 관계자들도 노조와의 대화에서 꺼내 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도 노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평가된다.

박용수 회장은 노동조합과 대화보다 '힘의 논리'를 강조하는 경영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골든블루 측은 올해 초 노조 지부장 등 집행부의 사내 게시판 일부 기능을 차단했으며, 노조가 사내 이메일을 통한 노조 홍보 활동을 계속할 경우 '징계'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내는 등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 연말성과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노조를 제외한 비조합원들에게만 우선 지급하는 등 사측은 노조활동에 노골적 차별들을 이어왔다.

골든블루 서울사무소 입구. 골든블루 노조가 최근 파업출정식을 열고 파업을 결의했다. [사진=김태헌 기자]
골든블루 서울사무소 입구. 골든블루 노조가 최근 파업출정식을 열고 파업을 결의했다. [사진=김태헌 기자]

골든블루 이정훈 지부장은 "회사는 노사간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성과금 등을 매해 조금씩 인상하자고 이야기해왔었다"며 "하지만 박용수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말을 바꿔 사상 최저 임금인상을 제시하고 노조활동까지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블루는 2021년 매출 1378억원, 영업이익 196억원, 2022년에는 각각 2322억원과 512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2240억원, 영업이익 498억원을 올리는 등 지속적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조에 최근 5년 평균 임금인상률보다 낮은 3.5%를 올해 임금 인상율로 제시했다. 반면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30% 인상한 65억원을 배정했다. 이중 82%를 박 회장 일가가 가져갔다.

박용수 회장의 골든블루 지분율은 2023년 연말 기준 18.41%이며, 부인 김혜자 씨가 18.45%, 첫째 딸 박동영 씨와 둘째 딸 박소영 대표이사가 각각 22.40%를 소유하고 있다. 전체 지분의 82%를 박 회장 등 오너일가가 소유한 것이다. 반면 우리사주조합 등은 지분율 0%다.

한편 골든블루 측은 "경기 저하와 소비 위축, 로컬 위스키 시장 감소 등 대내외적 불확실한 상황과 경영적 판단에 따라 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노사 간 대화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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