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4·10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원내 3당으로 올라선 조국혁신당이 국회 교섭단체 구성까지 노리고 있다. 구성 요건 충족을 위해선 최소 8석이 필요하지만, 다수 군소정당이 22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탓에 각 정당은 입장을 달리하는 분위기다.
조국혁신당은 제3지대 신당 중 후발주자지만, 이번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해 원내 3당이라는 성과를 내면서 발언권은 강화된 모양새다. 하지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에는 도달하지 못하면서 원내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각 상임·특별위원회에 간사를 둘 수 있는 권한뿐만 아니라, 상임위원장도 배분받을 수 있다. 즉, 국회 본회의·상임위 등 의사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원내 3당으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쥘 수 있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과 필리버스터 저지에 필요한 최소 의석수가 180석인 만큼, 12석을 가진 조국혁신당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지만 원내 교섭단체 권한과는 차이가 크다.
조국혁신당은 더욱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둘러싼 고발사주·딸 논문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예고하고 있다.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을 추가한 '김건희 특검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교섭단체 구성은 필수적이다.
'원내 공동 교섭단체' 구성은 조국 대표도 사활을 걸고 있는 사안이다. 조 대표는 지난 15일 당선인 워크숍에서 "국민이 조국혁신당이 국회 안에서 원내 제3당으로 제 역할을 다하라고 명령하셨다"며 "서두르지 않고 민심을 받들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으니, 믿고 맡겨 달라"고 강조했다. 당 역시 교섭단체 구성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방식을 조 대표에 위임했다.
거대 양당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 정당이 의석수를 확보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22대 국회에서 조국혁신당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수 군소정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하면서 세력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현재 후보군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속한 시민사회 몫(2석), 진보당(3석), 새로운미래(1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이 '공동 교섭단체 텐트'에 모이면 구성 요건은 충족된다.
군소정당들 입장에선, 22대 국회에서 자당의 정책 관철이 필요하고 발언권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선 '세력화'가 필수적이다. '원내 교섭단체' 권한에 긍정적인 정당도 있지만, 모든 군소정당이 공동 교섭단체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이견이 드러나고 있는 부분은 정체성이다.
조 대표는 공동 교섭단체가 어떤 정책적 정체성을 추구할지에 대해 소위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선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 이외에는 구체적 방향성 제시는 없는 것이다. 지난 2018년 20대 국회에서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한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의 경우, 개헌·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해 노동존중사회, 특권 없는 국회 등 8대 정책과제에 합의한 사례가 있다.
군소정당들은 '세력화'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표출하고 있지만, 일부 정당은 공동 교섭단체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합류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현재 조국혁신당은 교섭단체 후보 정당 측에 협의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정당 간에도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한 군소정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국회는 원내 교섭단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교섭단체가 갖고 있는 권한은 막강하다"며 "거대 양당 이외에 제3의 원내 교섭단체가 등장하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제안이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군소정당들과 정책적 지향점이 달라 쉽게 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공동 교섭단체가 되면 저희들이 낼 수 있는 목소리는 풍부해질 수 있다는 기대는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군소정당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 우리 당의 정책을 어떤 식으로 실현할지에 대해 의정활동 계획을 짜고 있다"며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경우 교섭단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무엇을 하는 교섭단체인지 정체성은 밝히지 않고 있고, 제안도 하지 않은 상태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의 '모여라 식' 공동 교섭단체는 한계점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교섭단체를 구성해도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이 다수인 만큼,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모두 조국혁신당에 들어오라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닌, 여야와 입장을 달리하기 위한 내부에서의 여러 논의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교섭단체가 만들어져도 기존 군소정당이 하는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향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며 비슷한 말을 했다.
정책 연대 파트너격인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전과 달리 한 발 빼고 있다. 조 대표는 일찌감치 원내교섭단체 커트라인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김민석 의원은 지난달 27일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극한대립을 완충할 제3당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조 대표 주장에 화답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YTN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누구를 도와주고 말고를 떠나서 상임위 숫자에 맞춰서 의석수는 있어야 된다"고 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제도 개선의 문제"라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자당이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을 보태주는 안도 있지만 당내 중진들도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17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조국혁신당의 문제는 조국혁신당이 노력해서 풀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경쟁도 하고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평가되는 정성호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조국혁신당에 의원꿔주기는) 편법"이라면서 "교섭단체 기준을 20명에서 10명으로 내리면 되지만 이건 또 여야가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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