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전통적 비수기로 꼽히는 겨울을 지나 봄바람이 불자 맥주 업계가 다시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 부동의 1위 오비맥주와 이를 추격하는 2위 하이트진로, 그리고 시장 흔들기를 노리는 롯데칠성음료가 최성수기인 여름 시즌을 앞두고 신경전에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여름 '맥주 전쟁'의 성패가 기존 시장을 주도하던 '형'이 아닌, 세컨드 브랜드인 '동생'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업체들 역시 세컨드 브랜드 띄우기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13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소매 시장 점유율 1위는 오비맥주다. 전체의 46.75%를 점유한 상태다. 소매 시장에서 팔리는 맥주 2캔 중 1캔은 오비맥주 제품인 셈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2012년부터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 맥주 시장 1위 사업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지난해 점유율은 전년(48.12%) 대비 소폭 줄었다.
2위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28.47%다. 전년 대비 점유율이 1%포인트가량 올랐다. 매년 점유율을 야금야금 올리며 오비맥주를 추격하고 있다. 올해 목표 역시 '맥주 시장 1위 탈환'이다.
업계 후발주자인 롯데칠성음료의 점유율은 4.56%로 아직 미미하다. 일본 아사히 맥주를 수입하는 계열사 롯데아사히주류(5.14%)에 밀려 4위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점유율 역시 전년 동기(5.69%)와 비교해 감소했다. 롯데칠성의 올해 당면 과제는 유의미한 존재감 확립이다.
올해 여름 3사가 벌일 맥주 전쟁의 핵심 키워드는 세컨드 브랜드다. 오비맥주 카스, 하이트진로 테라, 롯데칠성 클라우드 등 기존 대표 브랜드와 시너지를 낼 제품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이 이미 고착화된 상태란 판단에서다. 유독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주류 시장에 균열을 낼 방법은 새로운 얼굴의 등장뿐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세컨드 브랜드들의 주요 타깃 역시 브랜드 충성도가 아직 굳어지지 않은 젊은 세대다.
세컨드 브랜드 육성에 가장 역량을 쏟고 있는 건 하이트진로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켈리'를 앞세워 올해야말로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켈리는 출시 후 36일 만에 100만 상자 판매 돌파, 99일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하며 국내 맥주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초기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하이트진로 전체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성장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국내 주류 시장 규모 감소세에도 켈리와 테라의 듀얼 브랜드 전략이 전체 맥주 판매량과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1위 수성을 위해 세컨드 브랜드 '한맥'의 성장이 필수적이라 판단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3월 한맥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며 거품 지속력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가수이자 배우인 수지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고, 지난달에는 유흥 시장 공략을 위해 생맥주까지 라인업을 넓혔다.
지난 2021년 야심차게 출시한 한맥은 아직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소매점 기준 매출 10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같은 기간 켈리는 매출 5위에 올랐다. 비록 카스가 아직 2위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선두 자리를 사수하고 있지만, 경쟁사와 달리 단일 브랜드에 의존하는 구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오비맥주가 '한맥 살리기'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제품 '크러시' 흥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와 달리 기존 브랜드인 클라우드가 부진한 탓에 어깨가 더 무겁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 출시 100일 기념 팝업스토어를 열어 주요 타깃층인 젊은 세대와 접점 넓히기에 나섰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영업력으로 꽉 막힌 유흥시장 대신, 가정시장을 중심으로 활로를 찾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롯데칠성은 팝업스토어를 시작으로 올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봄 시즌을 앞두고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캠페인을 확대해 젊은 세대가 크러시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아울러 페트 제품 출시 등 제품의 용량, 용기 다양화로 여러 상황에 맞춰 음용 가능하도록 경쟁력을 키우고 판매 채널 확보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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