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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KT 최대주주' 된 현대차그룹…애매모호한 양사 관계 [IT돋보기]


국민연금 차익실현에 KT 지분 감소…현대차그룹, 2대주주서 최대주주로
KT는 기간통신사업자…정부 승인 거쳐야 KT 법적 최대주주 등극
사법리스크·LG맨 CEO 모호해진 동맹 관계…KT 지분 매각 가능성도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KT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기존 8.53%)이 KT 지분을 1.02% 처분하면서다. 그룹 지분(현대차 4.75%·현대모비스 3.14%, 합 7.89%) 기준 2대주주였던 현대차그룹이 얼떨결에 KT 최대주주가 된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KT의 '법적 최대주주'가 될지는 불분명하다. 기간통신사업자인 KT의 법적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최대주주 변경을 신청하고 정부로부터 심사를 받아야 한다. 양사가 지분을 교환하고 있는 관계이지만 껄끄러웠던 적도 있다. 그런 탓에 현대차그룹이 KT 지분 일부를 덜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 사옥 전경. [사진=KT]
KT 사옥 전경. [사진=KT]

KT(대표 김영섭)는 국민연금이 자사 지분 1.02%(288만4281주)를 처분했다고 2일 공시했다. 국민연금 KT 지분율이 8.54%에서 7.51%로 변경되면서 기존 2대주주였던 현대차그룹이 1대주주에 올랐다. KT는 "국민연금공단이 제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 변동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T-현대차그룹, 2022년 1조5000억 지분 교환…"UAM 등서 상호 협력"

KT와 현대차그룹은 2022년 9월 1조5000억원(각각 7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깜짝 교환했다. 지분 스왑에 나서며 우호 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KT 주식을 각각 4.69%, 3.1%, KT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각각 1.0%, 1.5% 확보했다. 6세대이동통신(6G) 자율주행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통신망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단이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는 초저지연성을 지닌 차세대망 활용이 필수다. 300~600m 상공을 날아 사람과 물자를 수송하는 UAM 분야에서는 통신망이 더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레이더로 주변 차량과 사물을 확인할 수 있지만, UAM은 지상 관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양사가 지분 교환 방식으로 우호적 동맹을 맺게 된 배경이다.

당시 양사는 "상호 주주가 됨으로써 중장기적 사업 제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협업 실행력을 보완하겠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협업뿐 아니라 미래 신사업과 선행연구 활성화를 위해 사업협력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윤경림 전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진=KT]
왼쪽부터 윤경림 전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진=KT]

◇KT-현대차 '혈맹인 듯, 아닌 듯'…1년여 만에 달라진 동맹적 관계

양사 동맹 중심에 선 건 윤경림 전 KT 사장이다. 그는 현대차에서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 부사장직을 수행하다가 2021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으로 합류했다. 본래는 KT 출신이다. KT에서 나와 2019~2021년 현대차 부사장으로 재직한 뒤 구현모 전 KT 대표의 부름을 받아 KT로 다시 복직했다.

양사의 순탄한 동맹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KT그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동서인 박성빈 전 대표가 설립한 회사(현 오픈클라우드랩)의 지분을 정상가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앞서 현대차는 구현모 전 KT 대표의 쌍둥이 형이 설립한 기업(에어플러그)을 매입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보은성 투자' 아니였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 윤 전 사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다수의 KT 전·현직 임원들이 수사망에 올랐고 법정에 섰다. KT에서 그치지 않았다. 영향은 현대차에도 가해졌다. 현대차는 KT '아군'에서 '제3자'로 한걸음 물러나기도 했다. 윤 전 사장이 KT 차기 대표로 내정된 때다.

당시 윤 전 사장의 KT 대표이사 선임안에 대해 주총에서 반대 표심이 예상된 건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었다. KT 이사회가 후보로 내세운 윤 전 사장과 1대주주 국민연금 간 충돌이 발생한 것인데, 이 시기 2대주주였던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국민연금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한 것이다.

LG유플러스 CI. [사진=LGU+]
LG유플러스 CI. [사진=LGU+]

◇2위 사업자 체면 구긴 KT…LGU+가 IoT 포함 '총 회선 수' 부상한 배경은

KT는 현대차와 커넥티드카 사업 부문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이조차 주도권이 경쟁사인 LG유플러스에게 넘어간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이 적용된 현대차, 기아에 'U+모바일tv'를 제공키로 한 데 이어 올해에는 적용 차량을 제네시스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KT가 아닌 LG유플러스와의 사업 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에서 절대적 위치에 잇는 완성차 기업이다. 곤혹스럽게도 관련 사업 물량을 경쟁사에 내준 셈이다. 로보틱스 분야도 녹록치 않다. 현대차는 LG유플러스, 기아 로보틱스랩 등과 함께 로봇 친화형 빌딩 구축을 목표로 솔루션을 공동 개발한 상태다.

IoT를 포함한 전체 회선 수에서 LG유플러스가 KT를 제치며 2위 사업자로 등극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사물지능통신 회선은 LG유플러스가 715만5839회선으로 이통 3사 중 가장 많다. IoT와 휴대폰 등을 모두 합산하자면 LG유플러스가 KT를 웃돌고 있다.

증권가에선 현대차의 KT 지분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최민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1대 주주가 된 현대차그룹과 2대 주주인 국민연금 간 지분율 차이는 크지 않다"며 "공익성 심사 및 과기부 장관 인가 절차 완료 전 지분율이 달라지면 최대 주주 변경을 위한 절차가 불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사장은 낙마했고 신임 KT 대표로는 LG맨인 김영섭 대표가 취임했다. 나아가 최근 자본시장에선 지분적 동맹 관계를 지양하고 배당 등 주주환원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사 관계가 모호해진 상황 속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 변경 신청을 할지, KT 지분 변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현재로선 KT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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