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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이커머스] 11번가의 우선순위는 '주인찾기'


탄탄한 거래액·MAU 기반 2025년 흑자 달성 목표
올해 슈팅배송·버티컬 서비스 확대에 집중
매각 난항 속 지속 성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

[편집자주]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용자가 급증한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27조원을 돌파했다. 오프라인 매출 비중을 넘어서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커머스 플랫폼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무한 경쟁 속에 무한 변신하는 이커머스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11번가는 2008년 1월 SK텔레콤이 선보인 1세대 오픈마켓 플랫폼이다. 국내에선 쿠팡과 네이버, 신세계(G마켓·SSG닷컴)에 이어 점유율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11번가라는 이름은 '1' 고객과 '1' 판매자가 서로 만나(1+1)는 쇼핑 플랫폼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2008년 당시 SK텔레콤의 스피드 011의 11과 당시 SK텔레콤 T타워의 주소인 '을지로 2가 11'과도 연관짓는 이들도 있다.

11번가 CI. [사진=11번가]
11번가 CI. [사진=11번가]

2016년 자회사인 커머스플래닛에서 운영하다 SK플래닛에 흡수 합병됐고 2018년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숱한 변화를 거친 11번가는 이제 매각 이슈를 마주하고 있다. 2025년 흑자 달성 목표와 함께 성공적인 매각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2025년 전체 사업 흑자 '자신감'...근거는?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은 8655억원이다. 2022년에 이은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이다. 2022년 대비 765억원(+10%)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영역의 비중이 커진 영향을 방증한다. 외형은 커졌지만 연간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작지 않다. 전년 대비 257억원 줄어든 1258억원이다.

11번가는 오는 2025년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오픈마켓 사업에서 흑자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11번가는 지난해 5~7월과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오픈마켓 사업 기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도 흑자를 냈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내 오픈마켓 사업이 온전한 수익 기조에 들어선 다음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년에는 오픈마켓과 직매입(리테일) 사업 모두에서 흑자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현재 11번가의 직매입 사업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온라인 절대 강자로 언급되는 쿠팡이 직매입을 주로 하고 오픈마켓은 일부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지난 1월 11일 11번가 본사에서 열린 새해 첫 전사 구성원 대상 타운홀미팅에서 새해 경영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지난 1월 11일 11번가 본사에서 열린 새해 첫 전사 구성원 대상 타운홀미팅에서 새해 경영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안정은 11번가 사장의 올해 신년사엔 그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안 사장은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2025년에는 흑자회사가 되어있을 것"이라며 "시장의 변화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굳건한 펀더멘털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커머스 본질에 충실한 경쟁력을 키워 지금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11번가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흑자 전환을 위해 앞으로 직매입 사업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고객에게는 질 좋은 제품을 빠르게 제공하며 긍정 경험을 높인다.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을 운영 중인데, 직매입한 제품을 임차한 인천 물류센터에 준비해 둔 후 배송한다. 별도의 월정액이나 최소주문금액 없이 무료 배송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 경쟁 속에서 고객이 느끼는 쇼핑 경험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한다. 지난해부터 식품(신선밥상, 간편밥상), 명품(우아럭스), 중고·리퍼(리퍼블리), 유아동(키즈키즈) 등 전문성을 높인 버티컬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는데 그 영역을 더 확장한다. 올해는 인테리어, 리빙, 패션 등의 신규 버티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중국의 초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9900원 이하의 제품만 판매하는 '9900원샵'을 운영 중이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무료배송을 제공한다. 9900원샵은 지난해 12월 기준 오픈 첫 달인 10월 대비 거래액이 3배(213%) 증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구매 고객 수 확보 차원에서 슈팅배송이나 9900샵에서 무료배송을 제공하고 있다"며 "올해는 직매입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효율화 작업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직구 서비스를 통해선 고객에게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11번가는 수천만개에 달하는 아마존 미국 상품을 편히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앱 이용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11번가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59만4413명으로 쿠팡(2982만8467명)에 이어 2위다.

올해는 수익성 강화를 위한 △판매자 성장 △가격 △트래픽 △배송 △AI 등 5개의 '싱글스레드' 조직도 운영한다. 조직별로 핵심과제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각 영역에서 전방위적인 개선을 이룬다는 목표다.

◇당장 눈앞에 놓인 매각 이슈

경영상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11번가에겐 큰 걱정이 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기대했으나 수포로 돌아간 데다 인수자를 애타게 찾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자본 시장이 여전히 얼어붙어 있어 매각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수 결과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회자된다.

앞서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지난해 11월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강제매각 수순을 밟는 운명이 됐다.

SK스퀘어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조건에 따르면 5년 내 11번가의 기업공개(IPO)에 실패할 경우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활용해 투자금에 연 8% 이자를 더해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사들이거나, FI가 SK가 가진 11번가 지분까지 모두 매각하는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11번가의 성장세를 볼 때 SK스퀘어가 11번가를 계속 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SK스퀘어는 결국 11번가의 매각을 택했다. 약 18%의 지분을 보유한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80% 이상)을 시장에 함께 팔게 됐다.

이후 11번가의 몸값은 떨어졌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11번가의 매각 금액을 5000억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SK스퀘어가 1조원대로 협상을 진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11번가가 소비기한이 임박한 제품의 슈팅배송을 진행한다. [사진=11번가]
11번가가 소비기한이 임박한 제품의 슈팅배송을 진행한다. [사진=11번가]

업계에서는 싱가포르 큐텐이나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플랫폼 중에선 11번가 인수 여력이 있는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매각 주관사 역시 알리바바와 큐텐에 11번가 인수 의향 여부를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관계자는 "매각 관련한 사항은 FI 측이 맡고 있어서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쿠팡이 익일 배송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키워가던 때에 11번가는 해외 직구 쪽에 집중했는데 그 당시에는 해외 직구도 성장 여력이 큰 시장이긴 했지만 11번가가 지금처럼 직구가 완전히 대중화될 것이라고 예상은 못 했던 것 같다"며 "그런 측면에서 성장세가 조금 둔화했지만 11번가가 직매입을 기반으로 한 슈팅배송 성장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흑자 달성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에 대해선 "11번가는 거래액과 MAU를 고려했을 때 꽤 매력적인 매물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수 희망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선식품까지 확장하려는 목적에서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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