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KT&G가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결국 내부 인사인 방경만 수석 부사장을 지목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대내외 압박에 막판까지 외부 인사 발탁을 두고 고민했으나,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등을 고려해 안정에 방점을 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내부 출신 인사가 재차 사장으로 선출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넘어 최종 관문인 정기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해외 사업을 강화해 흔들리고 있는 경영실적을 끌어올리는 것도 당면 과제다.
![KT&G 차기 사장 최종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KT&G]](https://image.inews24.com/v1/c3f0bbaf2bb644.jpg)
27일 KT&G에 따르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차기 사장 후보로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확정했다. 방 부사장은 지난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한 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친 'KT&G맨'이다.
회사의 3대 핵심사업(NGP, 건강기능식품, 글로벌CC) 중심의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과 신주주환원정책 추진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전략통'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재직 기간 성과도 출중하다. 브랜드실장 재임 시 출시한 '에쎄 체인지'는 국내 시장 점유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고, 글로벌본부장 임기 중에는 해외 진출 국가 수를 100여 개 국가로 늘리고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앞서 사추위는 내부 인사인 방 부사장,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 외부 인사인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 등 총 4명으로 구성된 차기 사장 후보 2차 숏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내부와 외부 인사가 2대2로 갈리며 일각에선 '비(非)KT&G 출신이 발탁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으나, 사추위의 의견은 내부 인사인 방 부사장으로 모였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점을 고려해 조직 안정성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방 부사장 앞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내부 출신 사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 KT&G가 지난 2002년 민영화된 후 선임된 사장 4명은 모두 내부 출신이다. 방 부사장이 3월 말 주총을 거쳐 사장 자리에 오르면 내부 출신 관행이 또 이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최종 후보 선정 전부터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등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KT&G 사장 자리가 사실상 '세습'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소유분산 기업(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의 셀프 연임 관행에 비판적인 현 정부 기조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해야 한다"며 소유분산 기업들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한 바 있다. 4연임 도전을 고민하던 백복인 사장이 결국 포기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러한 정부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장 선임이 확정되는 3월 말 주총이 예상보다 험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FCP가 국민연금에 KT&G 내부 인사 선임에 반대하는 내용의 주주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인 반대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만약 기업은행(지분 6.93%), 국민연금(지분 6.31%) 등 대주주인 기관투자자가 반대 의사를 밝힐 경우 방 부사장 사장 선임 안건은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KT&G 차기 사장 최종 후보인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사진=KT&G]](https://image.inews24.com/v1/a0c8c5ebbe5399.jpg)
우여곡절 끝에 문턱을 넘어도, 실적 제고라는 과제가 남았다. KT&G는 지난해 매출 5조8724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조1679억원으로 7.9%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 2015년부터 동결 중인 담배 가격에 더해 각종 규제로 국내 흡연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T&G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KT&G의 해외 담배 판매량은 궐련과 전자담배(NGP) 합산 시 613.9억 개비로 국내 판매량(463.7억 개비)을 앞선 상태다.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사내에서 글로벌 전문가로 평가받는 방 부사장이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다.
KT&G 사추위 관계자는 "심도있고 충분한 논의 끝에 방 부사장이 주주 가치와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어 최적의 후보라고 의견을 모았다"며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KT&G가 글로벌 탑 티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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