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금리가 떨어지길 바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지난해 1분기 저축은행업계가 9년 반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다. 분기별 적자 폭이 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관계자의 말대로 이를 타개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를 잘 아는 금융당국이지만, 되려 관리·감독을 강화해 업계 숨통을 더 조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현 규정보다 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해 손실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라는 주문은 늘 있었지만, 이번엔 사뭇 다르다. 앞으론 요주의 이하였던 브릿지론이라도 본 PF로 원활히 전환되지 않으면 100% 예상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여신에 대해 30% 미만이었던 충당금 적립 비율이 100%로 껑충 뛸 수 있다. 금융당국은 경고에 그치지 않고 설 명절 이후 몇몇 업체를 현장 점검한다고 예고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동산 PF 위험을 고려하면 합당한 처사다. 저축은행이 금융권 중 PF 위험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업계 누계 순손실은 총 1400억원으로 79곳 중 38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대형사도 예외가 아니다. 상위 8곳 중 절반이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충당금을 쌓아 위기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되려 위기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적자가 계속되면 자본 적정성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숨구멍 하나를 막았으면 다른 곳은 터줘야 한다. 그래야 질식하지 않는다. 가장 시급한 건 수익성 개선이다. 높은 조달 금리와 악화한 건전성 때문에 대출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업계는 부실 채권을 코로나19 이전처럼 대부업체 등에 팔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중순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외에도 일부 유동화전문회사에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팔 수 있게 허용했지만, 대출 확대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들이 개인 채권 매각 경험이 없는 탓에 소규모 매입에 그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처럼 민간 매각이 활성화하면 건전성과 수익성 부진 모두 개선된다. 반 토막 났던 민간 중금리 대출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가혹한 잣대보다 윤활유 같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저축은행이 무너지면 결국 중·저신용자들도 터전을 잃는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