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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라돈침대' 오명 벗는 방법은 있다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사람이 8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수면에 들이는 시간은 25~30년 가량이라고 한다. 인생의 3분의 1을 침대에서 지낸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몸을 뉘어 안식을 취해야 할 침대가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제품이라면 말이다.

끔찍한 것 같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불과 5년 전 발생했던 사건이다. 전 국민이 들썩였고 라돈 침대를 생산했던 일부 기업은 결국 파산했다. 국민들은 '내 침대는 괜찮을까'라며 우려했고 당시 지방자치단체 등 관공서에서는 각 가정에 '라돈 검출기'를 대여해 줬을 정도다. 예약자가 넘쳐 한 달 이상을 기다려 기기를 수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신세계백화점 한 매장에 라돈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 위에 '라돈 안전 인증'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푯말이 놓여진 모습. 이를 두고 씰리침대 측은 "소비자가 옮긴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사진=김태헌 기자]
신세계백화점 한 매장에 라돈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 위에 '라돈 안전 인증'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푯말이 놓여진 모습. 이를 두고 씰리침대 측은 "소비자가 옮긴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사진=김태헌 기자]

우리에게 라돈은 이렇게 아픈 기억을 안겨준 존재다. 그렇다면 라돈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일부 침대 브랜드들은 사고가 터지자 부랴부랴 전 제품 라돈 인증을 받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씰리침대는 특히나 관심을 집중시키는 기업이다. 당시 이 회사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일부에서 라돈이 검출돼서다. 이후 씰리는 2022년 들어 호텔과 특판용 등으로 판매되는 단 2개 제품만 라돈 인증을 받았다. 호텔 등에 납품을 위해서는 라돈 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제품은 라돈 인증을 거치지 않고 판매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씰리침대는 지난해 '라돈 안전성'을 보여주겠다며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대표는 국가의 '라돈 인증 검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체 검사로도 라돈 검출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뒤 씰리침대는 소리 소문 없이 한국표준협회(KSA)에 24개 매트리스에 대해 라돈 인증 검사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회사 측에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라돈 인증 검사 신청은 숨길일도 아니고, 부정 이슈도 아니다. 그럼에도 씰리침대 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검사 신청 자체를 부인했다.(관련기사 : [단독] 라돈 '자체검사' 강조하던 씰리침대…"KSA 신청했다")

하지만 2개월 뒤 씰리침대가 본지 보도처럼 24개 제품에 대해 라돈 인증을 받은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대표이사가 3개월 전 라돈 인증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에서 급선회한 것이 어쩌면 민망해서였을까. 그럼에도 단박에 인증검사 신청 사실을 부인한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최근엔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씰리침대 일부 매장에서 라돈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까지 인증 제품이라고 설명하고, 인증과 관련 없는 제품에 버젓이 '라돈 안전 [제품] 인증'이라는 푯말을 세워두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관련기사 : [단독] "정신 못차렸네"…'라돈침대' 씰리 여전히 '안전 인증' 홍보)

이번에도 씰리침대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객들이 (푯말을)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황당하고 군색한 변명을 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떤 고객이 제품명과 라돈 인증 푯말의 열을 맞춰 놓았을까. 한 곳만이 아니고 여러 매장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씰리침대의 설명처럼 단순 실수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씰리침대의 말처럼 직원이 실수로 설명을 잘못했다고 해도, 또한 소비자가 부지불식간에 인증받지 않은 제품 위에 광고 푯말을 옮겨뒀다 해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판매점 직원에 대한 매장 관리 교육이 부실하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거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관리자의 묵인과 방조가 일상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씰리침대는 라돈 인증과 관련해 무조건 적인 부인과 엉뚱한 해명을 하기보다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이를 바로잡고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최우선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라돈과 관련한 해명에 진땀을 빼기보다, 원천적으로 전 제품에 대해 라돈 인증을 받아 더 이상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기를 바란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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