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8월31일 LA 다저스의 좌완 샌디 쿠팩스는 메모리얼 콜리세움에 모인 8만2천974명의 관중 앞에서 화려한 탈삼진쇼를 펼쳤다. '숙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라이벌전에 등판한 그는 1회부터 9회까지 끊임없이 상대타자를 돌려세웠다.
경기는 다저스의 5-2 승리로 끝났지만 다음날 모든 화제의 중심은 단연 쿠팩스의 삼진수였다. 밥 펠러의 단일 경기 최다 탈삼진수(9이닝 기준)와 같은 18개를 잡아낸 것이다.
쿠팩스는 이후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한 차례 더 18K를 기록, '닥터K'의 위용을 자랑했지만 19K는 한 번도 이루어보지 못했다.
![](https://img-lb.inews24.com/image_joy/200508/167790_02.jpg)
칼튼이 19K를 기록한 뒤 강산이 2번 반 바뀐 86년 4월29일 로저 클레멘스(당시 보스턴)는 전무후무한 20K를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최고 파워투수의 위용을 자랑했다. 클레멘스는 10년이 지난 96년 9월18일 한 번 더 삼진 20개를 솎아내며 '로켓'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클레멘스의 금자탑이 세워진 뒤 2년 뒤에는 시카고 컵스의 '신성' 케리 우드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서 상대타자를 20번이나 돌려세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5월6일 벌어진 경기에서 우드는 완투를 하면서 단 1안타만 허용하고 무실점 완봉승을 거둬 전세계 야구팬들을 흥분시켰다. 우드의 20K는 내셔널리그 우완 한 경기 최다탈삼진 기록으로 역사책에 수록돼 있다.
쿠팩스가 18개의 삼진을 잡은 뒤 칼튼의 19K가 나오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클레멘스가 칼튼을 제치고 앞자리 숫자를 바꿔놓은 것은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뒤다. 이후 20K의 벽을 넘은 선수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https://img-lb.inews24.com/image_joy/200508/167790_01.jpg)
9이닝 동안 타자 21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기 위해선 퍼펙트게임에 준하는 투구는 물론 맞혀잡는 투구도 금물이다. 오로지 투수의 배짱과 구위, 제구력만 가지고 끊임없이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21세기 들어서 한 경기 20K를 기록한 투수는 전무하다. 땅볼타구를 유도해 쉽게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요즘 추세와 맞물린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과연 20에서 21로 숫자 하나가 바뀌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그리고 누가 그런 업적을 이루어낼지 궁금하다.
참고로 정규이닝을 넘어선 한 경기 최다탈삼진 기록은 21개다. 62년 9월12일 워싱턴 세네터스의 톰 치니는 16이닝 동안 21번이나 삼진아웃을 기록했지만 9이닝 기준이라는 제한에 걸려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김형태 기자 horse@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