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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장기손상' 말고 '장기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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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동호 기자] "'K-주식'에 장기투자하다간 장기가 상합니다."

최근 소액주주연대 활동을 시작했다는 한 투자자가 자조적인 농을 건냈다. 국내 상장사 중 한 주식에 4년째 투자 중이라는 그는 본전(투자 원금)을 찾을 때까지 계속 물을 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을 탄다는 말은 최초 투자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더 산다는 이야기다. 회사 실적이 안좋은 것도 아니고 매년 흑자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데 주가는 몇 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그는 견디다 못해 올해 소액주주운동에 뛰어들었다. 마침 회사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장사 주가는 결국 실적을 따라간다는 것이 증권가의 정설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주가가 실적을 따라가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있다. 실적이 좋아지는 만큼 그 과실이 주주들에게 돌아가야한다. 올해 농사를 아무리 잘 지었다해도 그 수확물을 다른 이가 모두 가져간다면 농사를 지은 이는 밥을 굶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증시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가 국내 상장사의 주주환원율이다. 지난 여름 KB증권이 발간한 증권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10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29%로 조사됐다. 주주환원율은 상장사가 번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비율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로 측정했다.

29%, 3분의 1이 조금 안되는 수치. '저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면 이제 다른 나라의 수치를 살펴보도록 하자. KB증권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주주환원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주주환원율은 무려 92%에 달했다. 그것도 10년 평균치다. 상장사 순이익이 거의 다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다우존스, 나스닥, S&P500 지수 등 미국 증시 불패 신화의 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68%, 이머징 마켓은 37%로 집계됐다. 중국도 32%로 우리보다 높았다. 선진국 지수 편입을 노린다는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주주환원율은 이머징 마켓보다도 8%포인트 낮다. 사실상 주식 투자자가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국가보다도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을 볼 확률이 더 높은 셈이다.

벌써 연말이다. 내년 초에 다가올 주총시즌을 앞두고 소액주주는 물론 상장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최근 소액주주들의 활동이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소액주주는 배당 실시와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원하고 있다. 기업 실적이 좋은면 경영진이 연봉 인상과 인센티브 등으로 회사의 이익을 가져가듯 주주들도 자신들의 정당한 몫을 요구하고 있다.

상장사의 이익이 계속해서 주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결국 지친 주주들은 한국 시장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최근 늘고 있는 서학개미가 단순히 미국을 좋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올해 일본 증시 강세의 배경엔 엔화 약세 외에도 주주환원 강화 정책이 있었음을 주목해야된다. 'K-주식'의 자발적인 장기투자가 늘어나는 날을 꿈꿔 본다.

/김동호 기자(istock7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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