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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강설 때 콘크리트 타설 금지"…규정이 능사일까?


국토부, 일반콘크리트 표준시방서 개정안·가이드라인 마련
"모호한 원칙적 금지 규정…현장 감리에 책임 떠넘기는 꼴"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건설사는 입주 기일에 맞춰 공사를 끝내야 합니다. 하지만 비가 온다고 공사를 중단해 완공이 늦어지면 모든 책임은 건설사에 돌아갑니다. 정확한 기준과 규정 없이 원칙적 금지를 밀어붙이는 건 현장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 아닐까요."

국토교통부가 강우·강설 때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중단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현장의 반발이 만만찮다.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막연하다는 이유에서다.

인천 계양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인천 계양구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일반콘크리트 표준시방서(건설 공사를 시행하는 기준을 기록한 서류)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강우·강설 시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구체화해 책임기술자(감리)의 검토·승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타설 전에는 레미콘 운반차량 덮개를 설치하고 타설 중에는 타설 부위 노출면을 비닐시트로 보호해야 한다. 타설 후에는 강우 시 타설 부위는 현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양생(콘크리트를 친 후 충분히 경화하도록 콘크리트를 보호하는 것)된 공시체(견본)로 압축강도를 시험해야 한다.

지난해 9월 국토부가 개정한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는 '강우, 강설 등이 콘크리트의 품질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조치를 정하여 책임기술자의 검토 및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콘크리트 품질 불량이 현장에서 잇따라 지적되면서 정확한 강우·강설량 기준이 없고 규정이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개정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 개정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확한 공사 중단 기준이 없어 발생하는 변수에 대응하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시방서가 강제성이 없어 현장 관리·감독이 어렵고 사고 발생 시 현장에 모든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에 들어간 시설물의 준공 및 인도시기를 맞춰야 하는 특성으로 인한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통상적으로 선분양제로 공급되고 있는데, 입주예정자들에게 입주 기간을 정해놓을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에서는 공사 기한이 정해진 상황에서 현장 감리 담당자에게 모든 책임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우·강설 시 콘크리트 타설) 원칙적 금지는 환영하지만 그 전에 건설사가 안전하게 공사를 마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공기를 준수하지 못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현장에서 떠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강수 시 현장조치 사례 [사진=국토교통부]
강수 시 현장조치 사례 [사진=국토교통부]

국토부와 달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정별로 명확한 작업 중지 기준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LH의 경우 직접 발주하는 공사가 많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H 기준에 따르면 콘크리트 타설 시 시간당 강우량 5㎜ 이상, 일 20㎜ 이상이면 작업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최고습도가 90%를 넘어서도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국토부는 기후변화 등으로 국지성 집중 호우가 빈발하는 특성을 고려해 LH처럼 정량적인 수치 등을 반영하는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공사 금지 규정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비가 온다고 무조건 중단할 수 없는 만큼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한 후 감리가 승인하면 타설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칙과 현실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창식 대한건축학회 회장(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은 "캐나다는 겨울에도 필요한 부분에 텐트와 펜스를 설치하는 등 적절 온도를 유지한 후 시공을 진행한다"면서 "근본적으로 원칙을 준수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 후 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장에서는 강수량에 따른 타설 금지 규정을 만든다고 해서 '도깨비 방망이'처럼 품질 불량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강수량 수치가 반영된 규정이 시행에 들어간 이후 건설현장에서 규정대로 명확하게 시간당 5mm가 내리는지를 측정한다 하더라도, 기준치에 약간 못 미치는 강우 속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과연 품질불량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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