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S FE' 시리즈를 3년 만에 출시하며 애플의 공세에 맞선다. 정부의 방침에 부응하는 한편,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줄이고 가성비 높은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8일 '갤럭시S23 FE'를 국내에서 출시한다. 현재 이동통신 3사와 세부 출시 계획을 논의 중으로, 출고가는 85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팬에디션(FE) 모델은 기존 S시리즈 제품보다 일부 사양을 낮춰 가격을 내린 보급형 기종으로, '갤럭시S' 시리즈의 FE 신제품이 국내 출시되는 것은 '갤럭시S20 FE' 이후 3년 만이다.
이 제품은 지난달 미국에서 먼저 출시됐는데, 세금을 포함한 현지 출고가는 90만원에 가까웠다. 현재 환율로는 85만원을 웃돈다. 카메라는 5000만 화소 고해상도 렌즈와 3배 광학 줌, 나이토그래피 기능을 담았으며, 163.1㎜ 다이내믹 아몰레드 2X 디스플레이, 4천500㎃의 배터리 등이 장착됐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나선 것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자칫 플래그십 제품 수요와 겹칠 수 있어 출시 여부를 저울질 했지만, 정부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결국 국내 출시를 결정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일 정책 발표에서 "이용자의 단말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제조사와 중저가 단말 다양화 방안을 협의했다"며 "그 결과 제조사는 연내 2종과 내년 상반기 3∼4종의 30∼80만원대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봉구 삼성전자 부사장도 지난달 27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확대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KT와 단독으로 중저가폰인 '갤럭시점프3'를 출시했다. '갤럭시점프3' 가격은 43만8900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도 삼성전자, 애플코리아 고위 관계자를 만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이용자 단말기 선택권 확대, 중고폰 유통 활성화 등을 위한 스마트폰 제조사의 노력을 당부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와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입 부담을 더 낮추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구매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는 '갤럭시S23 FE' 외에 내년 상반기에 3~4종의 30만~8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에 선보일 국내 중저가형 라인업으로는 갤럭시A15, 갤럭시A25가 유력하다. IT 전문매체 샘모바일 등에 따르면 A15는 내년 2월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통과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서 '갤럭시S23 FE'를 중심으로 중저가형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점유율과 판매량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감소한 340만 대에 그쳤다. 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라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와 같은 84%로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포인트 오른 15%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15' 시리즈는 국내에서 10월에 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오랜만에 '갤럭시S' 시리즈의 FE 모델을 국내에 내놓은 것은 아이폰을 선호하는 10대와 젊은 청년층을 잡기 위한 것도 있다"며 "가격 부담이 낮아 중고생이나 예비 대학생들에게 진입 장벽이 낮아 판매량 확대 측면에선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노태문 MX사업부 사장이 공약한 '폴더블폰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 삼성전자가 '갤럭시Z' 시리즈의 중저가형 모델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폴더블폰 생산비용을 줄여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중저가 폴더블폰 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난 7일 보고서에서 '공급망 소식통(Supply chain sources)'을 인용해 "내년 삼성이 폴더블폰을 중급대(mid-range)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며 "가격 장벽을 더욱 낮춰 보다 광범위한 소비자들이 폴더블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IT팁스터 테크리브는 중저가 갤럭시 폴더블폰의 가격이 400~500달러(약 53만~66만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애플은 정부의 방침에도 삼성전자와 달리 아직까지 중저가폰 출시와 관련해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스마트폰의 제품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중저가 시장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23 FE' 외에 삼성전자가 다양한 중저가 제품들을 내놓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소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애플이 앞으로 중저가폰 시장을 두고 어떻게 나설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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