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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불경기 속 '혈연'에 '올드보이'까지 불러들인다


업계 "경영 위해 신뢰하고 맡길 사람 필요"…검증된 인재도 우선 기용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최근 유통가에 '가족경영'·'올드보이' 바람이 불고 있다. 대외적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인재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경호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 [사진=오뚜기]
김경호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 [사진=오뚜기]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뚜기는 김경호 LG전자 부사장을 영입해 주목받고 있다. 김 부사장은 오뚜기 3세인 함연지 씨의 시아버지이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사돈이다.

오뚜기 측은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 알려진 김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그 동안 사업부로 존재했던 해외사업 분야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했다. 오뚜기 측은 김 부사장에 대해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자 모신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액센츄어타이완 지사장을 거쳐 2009년 LG전자에 입사했고, CIO 정보전략팀장(전무), BS유럽사업담당(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해외 사업에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김 부사장의 아들이자 함연지 씨의 남편 역시 오뚜기에 입사해 현재 미국 유학 중이며, 함 씨 역시 곧 회사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는 2세·3세를 통한 경영 대물림은 당연시 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이를 벗어나 사돈과 사위, 친지까지 경영에 참여시키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신뢰할 사람에게 사업을 맡겨야 한다는 보수적 사고가 자리잡은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사위 경영'의 가장 성공 모델은 오리온 그룹이다. 담철곤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혼인 후 유통과 미디어 사업을 물려받았고, 이후 오리온그룹을 성장시켜 2001년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을 3배 이상 끌어 올리기도 했다.

또 해태제과 신정훈 대표는 해태그룹 윤영달 회장의 사위로 경영 어려움을 겪던 기업을 정상화시킨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국내 주류 기업인 골든블루 역시 박용수 회장의 사위인 김동욱 전 대표이사가 지난해까지 수년 간 회사를 이끌며 로컬 위스키 시장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가족 외에도 이미 조직을 경험했었던 '올드보이'를 재영입하는 사례도 여럿이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11년 전 사장을 역임했던 송종화 씨를 부회장으로 불러들였다.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에 따라 기업 내부를 누구보다 잘아는 인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송 부회장은 교촌치킨의 전성기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또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 2019년까지 스타벅스코리아를 이끌었던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원회 대표를 임명해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고, SPC그룹은 올해 2월까지 계열사 비알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다 물러난 도세호 전 대표를 부사장으로 지난 8월 선임했다가 지난달에는 재차 대표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여건이 어려울수록, 그간 해보지 않은 신사업을 시작할수록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기업인들의 당연한 심리"라며 "가족경영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긍정적 효과를 얻은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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