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금융당국이 중도상환수수료 체계를 손질하기에 앞서, 6개 은행이 모든 가계대출에 12월 한 달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가계대출 조기 상환을 유도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겠단 취지다. 불합리한 체계를 개선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까지 도맡아야 하는 은행권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도상환수수료 12월엔 면제
금융위원회는 29일 은행권과 협의를 거쳐 중도상환수수료의 합리성·투명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취약 계층의 부담 완화와 가계대출 조기 상환을 유도하기 위해 6개 은행은 전체 가계대출에 대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12월 한 달간 가계대출의 차주가 본인 자금으로 해당 금액을 상환하거나 대출받은 은행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감면한다.
6개 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저신용자 등 취약 차주를 위한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프로그램의 종료 시점도 1년 연장해 오는 2025년 초까지 운영한다.
중도상환수수료 체계도 손질한다. 상환 시 발생하는 은행의 손실 비용과 모집 비용 등 필수적인 비용만 반영해 수수료를 산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비용 외에 다른 항목을 부과하면 불공정 영업행위로 금지해 과태료 부과 대상(1억원 이하)이 된다.
◇하루 이틀 문제 아닌데…이제 와서
당국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실제 비용을 반영하기보다는 은행별 영업 행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부과하고 있다고 본다. 합리적인 부과 기준을 마련해 수수료 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는 고정금리 대출이 1.4%, 변동금리 대출이 1.2%로 모두 같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의 자금 운용 리스크 차이가 다른데 수수료율 차이는 미미하다. 많은 은행이 플랫폼 등 비대면에서 대출받으면 업무 비용이 적어지는데 비대면과 대면 수수료를 동일하게 운용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일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중도상환수수료는 여러 이유로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인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시계를 돌려보면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지적은 국감의 단골 소재였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시절인 2021년 국감과 김주현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국감에서도 정무위원회 등에서 상품이나 금융회사가 벌어들이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문제 삼았다.
상생금융 추진이 이미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은 가운데 5대 금융지주회사가 2조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방안을 추진하고, 해묵은 중도상환수수료 체계 손질까지 더해지고 있다.
금융권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은행이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특정 항목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내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처음 대출할 때 감정평가 등의 업무 비용이 있어서, 예상보다 조기에 대출이 상환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받는 것인데, 비용 측면은 보지 않고 금융회사의 이익 면에서만 보고 있어 안타깝다"며 "전방위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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