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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불법 촬영'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으며 큰 논란에 휩싸인 국가대표팀 축구선수 황의조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결국 대표팀에서도 멀어졌다.

대한축구협회(KFA) 윤리위원회가 지난 28일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황의조를 국가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윤남 위원장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협회가 예단하고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국가대표는 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위치에 있다"며 "국가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 수준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황의조를 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사생활 동영상' 논란에 휩싸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가 지난 올해 2월 6일 6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하기 앞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앞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생활 동영상' 논란에 휩싸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가 지난 올해 2월 6일 6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하기 앞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앞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른바 '황의조 사태'는 지난 6월 말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며 발생했다. 당시만 해도 황의조의 불법 촬영 여부에 대한 의견보다 동영상을 일방적으로 퍼뜨린 유포자에 대한 공분이 주를 이뤘다. 이후 황의조는 불법 촬영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고 쟁점이 되는 불법 촬영 여부에 대해선 황의조 측과 영상 속 여성 측의 의견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 위원장 말대로 해당 사안은 수사 중이기에 이것으로 황의조를 범죄자 취급하기는 힘들다. 소위 말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소송법뿐만 아니라 헌법에도 명시된 권리다.

그러나 황의조에 분노하고 KFA에 목소리를 높이는 지점은 법적인 부분이 아니다. 죄의 유무가 어찌됐건 황의조가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것은 분명하다는 데 있다. 이를 '사적 취향'이라고 언급했지만, 그러한 취향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분명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게다가 입장문을 통해 교묘히 영상 속 여성의 신상이 유추되는 말을 했고 이후 "피해자 신상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라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행태로 인해 여론은 들끓고 있다. 그를 국가대표팀에서 제명하라는 일부 여론과 KFA의 잠정적인 결정은 이러한 도덕적인 부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논란에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강력 범죄라 생각되는 사건에 연루됐을 경우 협회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2022년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한 프랑스 공격수 카림 벤제마는 6년간 대표팀에서 제명된 바 있다. 그의 대표팀 동료 마티외 발부에나는 지난 2014년쯤부터 성관계 동영상을 유출 당한 뒤 폭로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당시 협박범 중 한 명의 지인과 고향 친구였던 벤제마는 단순 '재미'를 위해 협박범에게 돈을 줘 버리라고 발부에나에게 권한 것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카림 벤제마. [사진=뉴시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카림 벤제마. [사진=뉴시스]

관련 재판에서 해당 녹취록의 불법 수집 여부가 쟁점이 됐으나 결국 지난 2021년 11월, 벤제마는 베르사유 법원으로부터 협박 혐의로 벌금 7만5000유로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벤제마가 대표팀에서 제명을 당한 것은 법원 판결이 나기 훨씬 전인 2016년부터였다.

잉글랜드 공격수 메이슨 그린우드 역시 과거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강간하는 듯한 녹취록과 사진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영국 수사기관은 제삼자에 의한 해킹인 점, 당사자가 수사를 원치 않는 점 등으로 인해 나서지조차 않았고 그린우드는 현재 해당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출산까지 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나 논란 이후 그린우드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또 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안토니도 지난 9월 여자친구를 폭행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브라질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의 자격조건은 경기 내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황의조 본인만이 알고 있는 진실이 정말 '무죄'라 할지라도 자신이 했던 행동과 하는 행동들이 '국가대표'에 걸맞은 것인지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때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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