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되고 싶은 거예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예요?"
매번 인터뷰를 할 때마다 묻는 질문이지만 돌아오는 답은 가지각색이다. 뮤지컬 '풋 루스'의 주인공 진이한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온 답은 허를 찔렀다.
"빚 좋은 개살구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분명 나도 겉멋만 들었던 적도 있지만 뒤늦게 깨달은 것은 겉모습보다 속이 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진이한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가 처음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던 것은 KBS 예능프로그램 '장미의 전쟁'에서 뭇 여성 연예인들의 관심을 받는 남자 게스트로 초대 되었을 때 부터이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서태지의 'Live Wire' 뮤직 비디오, 영화 '신부 수업', 해태음료 모델로 부지런히 얼굴은 내밀었다. 180cm을 넘는 키에 새하얀 피부, 선 굵은 조각같은 얼굴은 그에게 스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했고 본격적인 연예계 데뷔를 권하는 제안도 많았다.
그런데 정작 그가 선택한 길은 뮤지컬 배우였다.
"길거리에 나가도 나를 알아보거나 그런 시선들이 부담스러웠어요. 나는 내가 맡은 역할로, 배우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뮤지컬은 무대에서 직접 관객들을 만나서 내 춤과 노래, 연기를 생으로 보여 줄 수 있으니까 매력있잖아요."
당연히 처음부터 주연은 아니었다. 뮤지컬 '루나틱'에서는 느끼한 양아치 역으로 '빠담빠담', '체인지', 'UFO' 등에서 단역과 조역을 거치며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5일부터 서울 종로 5가 연강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풋 루스'의 주인공 렌 역으로 발탁되었다. 빠른 비트의 힙합, 락, 재즈가 결합된 음악과 이에 어울리는 열정적인 율동과 폭발할 것 같은 춤이 결합된 이 뮤지컬은 젊음의 환희, 고뇌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그 무대의 중앙에서 진이한은 보수에 매몰된 성인들에게 대항하는 10대의 리더 렌 역을 맡았다. 춤과 노래가 인간을 타락시킨다며 금지시키는 시골 마을에서 렌은 '태초의 시절부터 인간은 달을 보며 춤을 출 권리가 있었다'며 파워 넘치는 춤사위와 힘 있는 노래로 젊음을 표현하는 것.

"지난 2002년 '풋 루스'의 초연을 보고 완전히 빠져들어서 주인공으로 발탁되었을 때 정말 기뻤죠. 제가 생각한 렌은 기존의 다른 선배들이 한 렌과는 조금 달라요. 순진하고 어리숙하면서도 정직하고, 악동 같은 면도 갖춘 캐릭터이죠. 굳이 말하자면 혈액형 O형과 같은 성격이요."
무대에 올라서면 렌이 되고, 그 자체로 빠져들어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마냥 신난다는 그는 무대 위의 렌과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20을 훌쩍 넘은 나이에 10대의 마냥 풋풋하지만 때로는 너무 쉽게 허물어지거나 객기에 치이는 반항을 노래한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러나 그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엉뚱하게 방향이 벗어나 있다.
"무대에 서기 전,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배우나, 미술이나 전혀 다른 분야인데도 공통점이 있어요. 내 안에 있는 어떤 것, 억눌린 느낌을 끄집어내서 펼쳐 보이는 것,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떤 틀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들을 내 느낌대로 뿜어내는 것, 10대의 렌 역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느낌 그대로 무대에 서는 거죠."
배우는 계속 배우는 자리이기에 주인공 역할만을 고집하는 것은 미련하다고 말하는 진이한. 어떤 것을 배우든 내 호흡과 관객들의 호흡이 생으로 만나 하나가 되는 무대가 자신을 중독시키고 뒤흔든다고 말하는 그는 적어도 스타는 아니지만, 배우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유연함이 젊은 10대의 풋풋함과도 닮아있다.
진이한은 오는 31일까지 '풋 루스' 무대에 서며 오는 11월 영화배우 유지태가 기획자와 연기자로 나선 연극 '6/6'으로 처음 정극 연극무대에 도전할 계획이다. 뮤지컬 '풋 루스' 문의 (02-708-5001)
/석현혜 기자 acti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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