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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엑사와트급 레이저 만들 방법 찾았다


UNIST 등 한영 공동 연구팀, 초고출력 레이저 펄스 출력 방법 제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지금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레이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허민섭 UN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석희용 GIST 교수팀, 야로스진스키(Jaroszynski)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Strathclyde) 대학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기존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레이저 펄스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만들 수 있는 세계 최고 출력 레이저는 페타와트(1000조 와트) 급으로, 201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라르 무루(Gérard Albert Mourou) 교수가 창안한 방법이다. 이보다 1000배 강한 엑사와트(100경조 와트)이상의 강력한 레이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허민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루 교수의 아이디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서 최첨단 천체물리학 등의 기초 과학은 물론, 반도체 리소그라피나 레이저 핵융합과 같은 산업 및 에너지 연구에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플라즈마를 이용한 레이저 펄스 압축. 진동수 처프가 있는 긴 레이저 펄스 (무지개 색으로 펼쳐진 부분)가 플라즈마 (보라색 밝은 부분)에 입사해서 다시 반사되면서 순간 출력이 매우 높은 압축된 펄스 (흰색 밝은 부분)가 만들어진다. [사진=UNIST]
플라즈마를 이용한 레이저 펄스 압축. 진동수 처프가 있는 긴 레이저 펄스 (무지개 색으로 펼쳐진 부분)가 플라즈마 (보라색 밝은 부분)에 입사해서 다시 반사되면서 순간 출력이 매우 높은 압축된 펄스 (흰색 밝은 부분)가 만들어진다. [사진=UNIST]

1980년대 중반 제라르 무루 교수가 발명한 처프 펄스 증폭 (CPA, Chirped-pulse amplification) 기술은 레이저의 세기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현재는 이 방법을 활용해 수 페타와트(PW)까지 레이저 출력이 가능하다. 상용 원자력 발전소에서 내는 전기 출력이 약 1 기가와트(GW)임을 생각하면 페타와트 레이저가 얼마나 강력한 레이저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과학계에서는 그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엑사와트(EW) 또는 그보다 더 강력한 제타와트(ZW)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레이저의 출력이 이 정도로 높아지면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알려진 물리학의 여러 가지 가설들을 실험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초고출력 레이저는 에너지를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좁은 공간에 집중시킴과 동시에 시간적으로도 압축해 펨토초(10의15제곱 분의1초)의 극히 짧은 펄스로 만든다. 무루 교수가 개발한 CPA 기술은 펄스를 증폭하기 전에 길게 늘려서 세기를 약화시킨 후 증폭하고 이를 다시 압축해 최종적으로 순간 출력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펄스를 늘리지 않고 바로 증폭하면 증폭에 사용되는 매질이 강력한 레이저에 의해 파손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늘림-증폭-재압축 과정을 거치더라도 레이저의 에너지가 일정 이상 커지면 재압축에 사용되는 회절 거울이 파손된다는 점이다. 이를 피하려면 재압축용 회절 거울을 크게 만들면 되는데, 페타와트 레이저를 얻기 위한 회절 거울의 크기가 이미 1m 정도이므로 이를 엑사와트 이상으로 가져가려면 수백미터 지름의 회절 거울이 필요하므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연구팀은 회절 거울 대신 플라즈마를 사용해 레이저 펄스의 압축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기체의 온도를 높이면 기체 분자가 전자와 이온으로 해리된 상태로 전이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플라즈마라 한다. 이온화된 상태인 플라즈마는 이미 광학적으로 손상된 물질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레이저를 넣어주어도 더 이상의 손상이 생기지 않는다. 플라즈마는 빛을 분산시키는 성질 또한 가지고 있다. 따라서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회절 거울이 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강한 레이저를 견딜 수 있기 때문에 레이저의 세기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게 된다.

석희용 GIST 교수는 “플라즈마는 기존의 회절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고 더 이상 손상이 되지 않는 물질이므로 기존 CPA 기술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몇 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플라즈마 만으로도 엑사와트 이상의 초강력 레이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의 야로스진스키 교수는 “초고출력 레이저는 우주와 물질, 그리고 시공간의 성질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이론적으로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입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추후 실험으로 이를 입증할 수 있게 된다면 초강력 레이저 연구 분야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실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고출력 레이저 공동연구팀. (왼쪽부터) 석희용 GIST 교수, 허민섭 UNIST 교수, 야로스진스키 스트라스클라이드대 교수 [사진=UNIST]
초고출력 레이저 공동연구팀. (왼쪽부터) 석희용 GIST 교수, 허민섭 UNIST 교수, 야로스진스키 스트라스클라이드대 교수 [사진=UNIST]

이 연구는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11월 13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Laser pulse compression by a density gradient plasma for exawatt to zettawatt lasers)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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