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SSG닷컴이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유통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이커머스 업계에서 상장 기업이 등장하지 않은 만큼 누가 '1호' 타이틀의 신호탄을 쏠지 관심이 모인다. 아직 상장 시점을 명확히 밝힌 기업은 없지만 업계는 경기 회복이 전망되는 내년부터 상장 추진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이르면 내년 3~4월 IPO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주관사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도 최근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장 재추진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SSG닷컴 관계자는 "주관사와 수시로 협의하며 상장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며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SSG닷컴은 지난 2021년 10월 미래에셋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상장을 목표로 준비했지만 전년 IPO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상장 추진을 올해로 연기했다.
SSG닷컴은 그동안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자 규모 축소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규모를 줄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 SSG닷컴의 영업손실 규모는 3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62억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SSG닷컴의 목표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이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에선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없다. 어느 기업이 이커머스 1호 상장 타이틀을 따낼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한 업체가 긍정적인 IPO 분위기를 띄우면 다른 업체도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커머스 업계가 상장을 미루는 건 결국 '돈' 때문이다. 한때 이커머스 산업이 고성장하는 탓에 고평가를 받으며 수월하게 투자 유치를 해왔지만 2021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본시장이 위축됐다. 또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 몇년 사이 쿠팡과 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은 기존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받는 환경에 놓이게 됐다.
상장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금 조달인데 저평가된 상황에서 상장하게 되면 기대한 만큼 현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업계는 상장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컬리 같이 투자자 지분이 많은 사업자는 저평가된 시장에서 상장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훼손되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새벽배송 업체 컬리는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올해 1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했다"며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2021년 컬리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으나 현재 1조원 안팎까지 하락했다.
또 다른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 역시 지난 2월 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자신감을 밝혔지만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11번가도 올해 중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연기했다. 현재 모회사인 SK스퀘어가 투자자 및 관계자들과 투자금 상환, 신규 투자 유치, IPO 시점 등을 두고 다양한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11번가는 2025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한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성장속도가 둔화된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며 "기업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해 아직까지는 섣불리 IPO를 시도하는 기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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