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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80만원이라도 금방 나가요" 원룸의 '역습' [르포]


서울 이문·회기동 등지 원룸 1년 새 월 20만원 안팎 올라
'전세사기' 두려운 수요자 월세 선호 현상에 매물 '뚝'
"외국인 유학생들 입국 증가할 땐 수요 더 늘어" 전망도

[아이뉴스24 김서온,이수현 수습 기자] "지난해 여름부터 대학가 원룸 월세 가격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어요. 비슷한 매물 기준 1년 새 평균 20만원 정도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 큰 폭으로 오른거죠, 그런데 최근엔 월 80만원 매물도 눈 깜짝 할 새 계약돼버립니다. 관리비도 같이 상승하는 분위긴데 아무래도 대학생들 부담이 많이 커졌다고 봐야죠."

경희대학교와 삼육보건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 대학교들이 몰려있는 회기동과 이문동 원룸 월세가 크게 올랐다. 대학생을 비롯해 청년층의 주거 부담이 커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며 대면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여름부터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21일 방문한 서울 회기동과 이문동 일원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대학가 월세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고 입을 모았다. 회기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A씨는 "원룸 월세 상승세가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지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신축 원룸은 월세는 60~80만원선에서 거래됐다"고 언급했다. 대면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년 전과 비교해 15~20만원 올랐다는 설명이다.

21일 이문동 일원 한 부동산에 원룸 매물 시세표가 걸려 있다. [사진=이수현 수습 기자]
21일 이문동 일원 한 부동산에 원룸 매물 시세표가 걸려 있다. [사진=이수현 수습 기자]

경희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대표 B씨도 비슷한 얘길 꺼냈다. B씨는 "모든 원룸 월세는 정확히 1년 전과 비교해 15~20만원 올랐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월세뿐 아니라 관리비도 인건비가 늘어나면서 1년 사이 2~3만원 올라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룸 매물이 80만원까지 올랐는데 최근엔 그마저도 빠르게 계약됐다"고 덧붙였다.

이 일대 또 다른 중개업소 중개사 C씨는 "인근 신축 기준 관리비를 7~8만원에서 15만원까지 올리는 집주인이 많았다"며 "그러나 이제 세부 내역을 공개하는 제도가 시행돼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임대인들은 그나마 줄어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중개대상물의·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관리비가 10만원이 넘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전월세 물건은 온라인 광고에서 관리비 세부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월세보다 높은 관리비를 책정하는 사례가 늘자, 이를 막기 위해 투명하게 만든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중개인이 관리비 세부 내역을 표기하지 않으면 50만원부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업계가 적응하도록 내년 3월 말까지 6개월간 계도 기간을 둘 예정이다.

대학가 원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이유는 기존 전세수요가 월세로 몰리면서 원룸을 찾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B씨는 "과거에는 전세 수요도 많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 수요로 대부분 넘어갔다"며 "전세를 원하던 고객들도 전세사기 여파에다 대출 이자마저 부담스러워 월세로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월세가 상승세에 접어들면서 기존 학생들이 집을 옮기기보다 재계약을 선호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A씨는 "월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집을 재계약하는 학생이 많다. 재계약을 하면 월세는 오르지만 새로 집을 계약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원룸 매물이 줄어드는 반면 새로 집을 계약하려는 수요는 늘어나니 원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 빌라촌에 불이 켜져 있다. [사진=이수현 수습 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 빌라촌에 불이 켜져 있다. [사진=이수현 수습 기자]

원세 상승은 동대문구 일대에서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올해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보증금 1000만원 기준·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가 전년 대비 3.53%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다방에 등록된 서울 주요 대학가 매물의 평균 월세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대학가 인근 평균 월세는 59만9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57만9000원이었다. 지난 1학기 개강 시즌(올해 2월 기준) 평균 월세인 58만9000원보다는 1.7% 오른 수치다.

지역별로는 연세대학교 인근이 지난달 79만원으로 전년 동기(52만6000원) 대비 50.16% 올랐다. 1년 새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이어 ▲경희대학교(서울캠퍼스) 18.1%(52만5000원→62만원) ▲고려대학교 13.47%(48만5000원→55만원) ▲서울대학교 6.76%(46만8000원→50만원) ▲한양대학교 4.15%(50.9만원→53만원) 순이다.

반면 1년 새 월세가 크게 떨어진 곳도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지역이다. 지난달 이화여대 인근 평균 월세는 77만원으로 전년 동기(97만원) 대비 20.66% 하락했다. 이어 성균관대학교 인근도 5.92%(56.3만원→53만원) 떨어졌다.

장준혁 다방 마케팅 실장은 "1년 전은 물론 올해 1학기 개강 시즌과 비교했을 때도 대학가 인근 지역 원룸 월세가 상승했다"며 "개강 시즌을 맞아 집을 찾는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2학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학생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 C씨는 월세를 아끼기 위해 동생과 함께 살기로 했다. C씨는 "1년 만에 원룸 월세가 너무 올라 1.5룸을 계약해 동생과 집을 합치기로 결정했다"며 "보증금과 월세가 2배 올랐고, 집의 연식도 이전 집과 비교해 훨씬 오래됐지만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학가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D씨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D씨는 "지난해 2월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에 계약했지만 1년 후인 올해 2월 재계약할 당시에는 월세가 10만원 올랐다"며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기숙사가 규모가 수요에 미치지 못해 학교 인근 원룸을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생 D씨의 사례처럼 많은 학생은 높은 월세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가 인근 원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는 입주 인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은 결국엔 대학가 원룸을 계약이 유일한 선택지다.

회기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대표 B씨는 "대학교 기숙사가 수용하는 인원이 적어 대학가 원룸의 인기는 언제나 많았다"며 "대학가는 주변 다른 대학가의 원룸 가격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대학가가 오르면 지역 모든 대학가가 일제히 오르는 경향이 있다. 원룸 수요가 꾸준하다면 가격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간 장기화한 팬데믹 영향에 외국인 유학생이 급감, 한국인 학생을 중심으로 원룸 수요가 있었다. 그러나 유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원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요가 많아진다면 당연히 월세 부담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이수현 수습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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