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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치주 말고 같이주(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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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동호 기자] 국민연금 마저 손을 털고 떠났다. 상대적으로 장기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최근 국내 가치주 펀드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외에도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가치주 펀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수익률 부진이다.

올해 2차전지와 로봇, 인공지능(AI) 등 일부 업종과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 소외는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사실 벤치마크를 하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에 수수료까지 줘가며 투자금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들 주식 투자로는 난다 긴다 하는 전문가들일텐데, 왜 이런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걸까.

궁금했다. 가치주가 대체 무엇이기에,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일까. 통상적으로 가치주는 기업의 실질적인 내재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 주식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말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사실은 비싼 주식이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몰라봐서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주식이란 소리다. 이런 싼 주식을 찾아 미리 매수한 후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 가치를 알아볼 때 비싸게 파는 전략이 가치주 투자전략이다.

문제는 지금 시장에 이런 가치주가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다. 실적이나 보유자산 등을 감안한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는 터무니 없이 낮은 주식들이 즐비하다. 시장이 바겐세일을 하고 있는 중일까. 주식시장의 일반적인 믿음 중 하나로 기업의 주가는 실적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지금의 시장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하다.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든가, 실적은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실적과 주가가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실적과 주가가 따로 노는 상장사를 보면 주주환원에 인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적이 좋아져 회사에 이익잉여금이 많이 쌓여도 이를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주지 않는다면 굳이 주식을 사야할 이유가 없다. 이런 경우엔 실적이 아무리 좋아져도 주주들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이 없기에 주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코스피, 코스닥 기업의 주주환원율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배당수익률은 서해 바다의 소금보다 짜다.

그간 장기 불황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일본 증시가 올해 눈부신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엔저에 따른 경기호황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강화된 주주환원정책이 주가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증권거래소(TSE)는 지난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들에게 구체적인 주가부양책을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PBR은 회사의 재무상태를 판단하는 지표로, 주식 1주당 회사의 순자산 비율을 나타내는데 이 값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TSE의 요구에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계획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슬슬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어느새 연말이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 증시에선 분명 배당주 투자 이야기가 나올 타이밍이다. 소금같은 배당말고, 진정으로 회사의 성장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배당정책을 실시해 주길 바란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가치주 말고, 주주들과 같이 성장하는 '같이주(株)'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동호 기자(istock7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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