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신세계가 한정판 기획 상품을 출시하며 국내 소주 시장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지난 2021년 '푸른밤' 소주 사업을 접은 지 2년 만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24도의 알코올 도수다. 이른바 '빨간 뚜껑'으로 불리는 참이슬 오리지널(20.1도)보다 높다. 날이 갈수록 도수가 낮아지는 소주 시장 '저도수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여서 주목된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국내 소주 시장에서 정면대결 대신 틈새시장 공략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오는 21일부터 한정판 소주 '킹소주24'를 편의점 이마트24에서 단독 판매한다. 40만병 한정 생산·판매하는 기획 상품이다. 용량은 360㎖, 알코올 도수는 24도다. 제품 라벨 디자인은 만화가 겸 방송인인 기안84가 맡았다.
신세계가 소주 신제품을 출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하고 '푸른밤' 소주를 출시한 바 있다. 제주소주 인수부터 푸른밤 출시까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며 '정용진 소주'라는 별칭도 붙었다. 정 부회장은 해외 출장 시 현지 양조장을 방문하는 등 소주 사업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였다.
다만 야심찬 시작과 달리 사업은 잘 안됐다. 출시 4개월 만에 300만병이 팔리는 등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장기적 시장 공략에 실패해 2021년 결국 사업을 접으며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이번 신제품 출시가 향후 소주 사업 재개를 위한 일종의 물밑작업이라고 해석한다. 푸른밤 실패로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던 신세계가 철저한 시장 분석을 위해 정식 출시 전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단계를 밟고 있다는 시각이다. 신세계L&B 측은 "단순한 기획상품"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푸른밤 단종 후 사실상 가동이 멈춘 제주소주 공장과 정 부회장의 소주 사업에 대한 의지를 고려하면 일회성 출시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킹소주의 높은 알코올 도수도 이전의 사업 실패를 반추해 내린 결정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가 유별나게 높다. 특별한 차이가 없다면 마시던 술을 마시는 경향이 있다. 후발주자였던 푸른밤 역시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 점이 주요한 패인이었다"며 "소비자 입맛에 따라 소주는 해가 갈수록 도수가 낮아지고 순해지는 추세다. 현재는 시판 중인 대다수 제품이 16도대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도수의 제품을 출시한다면 '푸른밤 시즌2'가 될 뿐이다. 차라리 높은 도수 제품을 출시해 마니아층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20.1도인 참이슬 오리지널도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24도짜리 소주를 찾는 마니아층이 유의미하게 많진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고도수 위스키·증류식 소주가 섞어 먹기 좋은 술로 주목받는 추세지만, 킹소주처럼 주정에 물을 섞어 연하게 한 희석식 소주는 특유의 풍미가 부족해 같은 방식으로 즐기긴 어렵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희석식 소주가 16도 수준이니, 24도로 출시하면 어느정도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 정도의 고도수를 원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예전처럼 24도 소주를 단독으로 음용하는 소비자는 웬만한 술꾼아니면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입맛이 많이 변했다"며 "결국 하이볼 등 섞어 먹는 시장을 겨냥해야 하는데, 희석식 소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증류식 소주는 섞어도 특유의 향이 있다. 그냥 도수만 높다면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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