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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질문과답] '실세 차관' 조성경 이후 과기계는 '불협화음'


R&D 예산 삭감,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 발령 두고 비난 일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 조정을 하고 있다. 25개 정부출연연구소를 비롯해 4개 과학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을 대상으로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약 30%까지 주요사업비 예산 삭감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R&D 카르텔’ 지적이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과기계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답: 과기계 예산 삭감은 거의 확정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왜’ ‘무엇을’ 삭감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나 혹은 공식 문서가 없다는 데 있다. 과기계는 여전히 ‘R&D 카르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사업비를 깎아 버리니 출연연 등은 깊은 시름에 잠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 가족회의를 소집한다. 두 가지 버전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첫 번째 버전.

“아이들 영어와 수학 학원 보내는 거 다음 달부터 중단한다. 꼭 필요하지 않는 곳에 대한 지출은 금지한다. 외식도 없다. 가능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다들 내 말에 따르기를 바란다. 모두 지금의 지출에서 30%씩 삭감한다.”

두 번째 버전.

“내 월급이 30% 삭감됐다. 당장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당분간 지출을 줄여야 한다. 다들 자신이 그동안 사용하던 지출에서 어떤 부분을 30% 정도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해 보자. 구체적으로 정한 것을 두고 다음에 다시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게 어떻겠는가.”

한 가장의 월급이 깎였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 버전은 ‘권위적이며 전체주의적’ 관점을 담고 있다.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부분을 줄일 수 있을지 묻기 이전에 ‘명령과 지시’로 모든 사태를 마무리해 버리는 식이다.

두 번째 버전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우선 현재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부분을 줄일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각 구성원들이 자신의 지출 항목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찾는다는 점에서 첫 번째 버전보다는 ‘민주적이고 구체적’이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R&D 예산안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권위적이고 전체주의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기록에 남는 공식문서보다는 전화상으로 (내년도 예산안 삭감에 대한 지침을)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있다”고 말했다. 각 출연연마다 서로 다른 상황이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일괄 통보만 있다는 것이다.

예산안 조정 항목은 주요사업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사업비는 연구비와 장비비 등을 말한다. 출연연 등은 연구와 장비 항목에서 예산이 15~30% 삭감되면서 당장 내년에 관련 연구가 중단되거나 유보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말 재정전략회의에서 ‘R&D 카르텔’을 언급한 이후 곧바로 차관 인사가 단행됐다. 7월 초 조성경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이 과기정통부 1차관으로 임명됐다. 이른바 ‘실세 차관’으로 불리며 과기정통부에 입성했다. 과기계는 당시 인사를 두고 ‘R&D 카르텔’ 언급에 이은 해결사로 조성경 차관이 자리 잡았다는 판단이 앞섰다.

이후 실제로 과기계 모든 이슈는 ‘R&D 카르텔’이 집어 삼켜 버렸다. 조 차관은 임명직후 지난달 4일 과기정통부 기자실에 들러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구태의연한 기존의 배분 시스템에서 탈피해 제대로 꼭 투입해야 할 곳에 투입하자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삭감’이 아니라고 당시 항변했는데 현재 시점에서 이 말은 틀린 셈이다.

이어 ‘이권 카르텔’ 지적에 대해 조 차관은 “연구비를 책정하는데 기존의 배분 시스템을 그대로 재현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며 “국제 공동연구, 세계적 연구기관과 연구를 통해 우리의 과학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와 관련해 한 과기계 인사는 “정부가 관련 예산을 조정한다면, 그것도 정부가 만든 출연연 등을 대상으로 관련 예산 삭감 등에 나선다면 분명하고 구체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그 어떤 구체적이고 현황 설명 없이 그저 ‘R&D 카르텔’이라는 두루뭉술한 이유만 들이대면서 추진하다보니 과기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정부가 세수부족으로 예산이 부족하니 각 출연연마다 예산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설명한 뒤 “어떤 부분에서 줄일 수 있는지, 당장 급하지 않으면 유보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각 출연연마다 찾아보자고 권고했다면 다들 이해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카르텔’ 의미는 뒤늦게 나왔다. 어제(16일) 국민의힘과 과기정통부 측은 실무당정협의회를 통해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부작용과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소부장이나 감염병과 같은 단기 현안 대응 사업과 중소기업 등에 뿌려주는 사업이 대폭 증가한 후 기득권처럼 지속하고 있는 것이 비효율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를 종합했을 때 ▲임자가 정해져 있는 R&D ▲기업 보조금 성격의 R&D ▲경쟁없이 가져가는 뿌려주기식 R&D 등을 ‘R&D 비효율과 카르텔’이라고 진단했다.

출연연에 대해서도 당정협의회는 “예산 확대 과정에서 비효율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국가 임무 중심형 전문연구기관으로의 전환과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경쟁형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관 간 장벽을 넘어 연구팀들 간 공개 경쟁과 협력을 통해 국가적, 세계적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지난달 4일 정부세종청사 출입기자실을 찾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지난달 4일 정부세종청사 출입기자실을 찾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실제 차관’인 조성경 차관이 임명되면서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들고, 판단하는 상식적 절차보다는 ‘R&D 카르텔’이라는 프레임을 먼저 씌워놓고 그 잣대로 과기계의 모든 이슈를 재단해 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기 식구 감싸기도 상식선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8월 16일자로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에 이재형 과장을 승진 발령냈다. 이재형 단장은 과학은 물론 우주업무를 전담으로 맡은 적 없는 2차관 출신이다. 다만 조성경 차관이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으로 있을 때 이 과장은 과기정통부에서 대통령실로 파견, 같이 일한 경험은 있다.

가뜩이나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국회에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표류하고 있는데 우주관련 업무를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이를 추진단장으로 임명하면서 과기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측은 “과기비서관과 함께 대통령실에서 우주항공청 설립 업무 등을 맡은 적이 있고 우주전파센터장 경험도 있어 관련 업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출연연의 또 다른 관계자는 R&D 카르텔 이슈를 두고 “정부가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앞으로 주목받는 분야에 대한 국제 공동연구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 밑그림을 완성하는데 있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각 출연연마다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곳에는 어떤 보완점이 필요한지 등 실체를 파악하기 보다는 ‘무조건 몇% 삭감’이란 통보만 하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과기계의 목소리를 듣고, 현황을 파악하고, 어려움을 해결하기 보다는 ‘명령과 지시’로만 치닫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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