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카피제품이라고 하면 흔히 고가의 명품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만든 제품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패션 영역에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3만원대의 티셔츠부터 10만원대의 신발까지 품목에 상관없이 원작자의 디자인을 그대로 입힌 카피상품들이 오픈마켓에서 대책 없이 판매되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란 자체적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기획, 생산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베르베르가 디자인해 판매 중인 '3리본와이드라운드스트랩 샌들'. [사진=화면 캡처]](https://image.inews24.com/v1/20deffe7a9f79f.jpg)
13일 업계에 따르면 베르베르의 '3리본 스트랩 샌들' 역시 카피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이 제품은 베르베르 자사몰과 W컨셉 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닐 경우 모두 카피제품이다. 천연가죽으로 제작해 17만원 대에 판매되는 제품이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리본 샌들로 검색하면 유사한 제품들이 쉽게 나타난다. 카피제품은 2만원대부터 6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다.
김진 베르베르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리본 제품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에서도 흔하게 많이 사용하는 디자인 소재여서 (카피제품이) 너무 심한 정도가 아니라면 묵인하고 넘겼다"며 "최근 확인되는 카피제품은 직접 디자인한 제가 봐도 착각할 정도로 어떤 요소 하나 변형 없이 똑같이 따라했다"고 말했다.
![베르베르가 디자인해 판매 중인 '3리본와이드라운드스트랩 샌들'. [사진=화면 캡처]](https://image.inews24.com/v1/4e6c1f1cef6496.jpg)
대부분의 디자이너 브랜드는 누구나 아는 글로벌 유명 브랜드가 아닌 탓에 카피제품인 줄 모르고 구매하는 소비자도 있다.
직장인 김 모(27) 씨는 "디자인이 예뻐서 구경하던 중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길래 찾아 보니 특정 브랜드의 제품이었다"며 "소재만 다르고 디자인은 거의 똑같아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베르베르가 디자인해 판매 중인 '3리본와이드라운드스트랩 샌들'. [사진=화면 캡처]](https://image.inews24.com/v1/69bbbd56d5fad4.jpg)
베르베르 외에도 마르디메크르디, 커버낫, 이벳필드, Mmlg , 카테고리9, 르빠노 등 수많은 브랜드의 카피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의 대부분 중소기업인 탓에 법적 대응이 어렵다. 10명 이하인 회사도 많다. 카피 제품은 주로 오픈마켓에서 많이 보이는데 판매 중단을 요청하기 위해선 각 오픈마켓에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증빙서류, 법원 판결문 등을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데, 한 곳에서 판매를 막는다고 해도 또 다른 곳에서 카피 제품이 판매되면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모든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중소 브랜드사는 제품이 인기를 얻는 상황에서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에 법적 대응까지 하기는 쉽지 않다. 제품이 유명해져서 좋지만 그와 동시에 카피 제품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는 상황이다.
르빠노 김지선 대표는 페이크네버측과 인터뷰에서 "오픈마켓 측에서는 거짓 신고로 인한 판매자의 사업 방해를 우려해 신중하게 대처하다 보니 조치가 늦어진다고 한다"며 "그러나 늦어지는 조치 기간 동안 카피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이미 금전적으로 이득을 본 뒤 다 빠져나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정품 브랜드들만 큰 손해를 안게 된다"고 밝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 제품이 싸게 판매될 경우에는 카피 제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쉽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해선 잘 모를 수밖에 없다"며 "카피제품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악용하는데 이는 브랜드에도 피해를 주지만 카피제품인 걸 모르고 구매한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피 제품을 다 막을 수는 없더라도 유통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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