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땡볕 아래서 일하는 야외 작업자입니다. 작업 시간에 일하다 잠시 그늘이 생기거나 바람이 세게 불어주면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 있는 입장에서, (쿠팡은) 작업장에 에어컨도 설치해줬다는데 노조가 파업을 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습니다."
지난 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폭염 등을 이유로 파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포털 사이트에 야외 근로자들의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쿠팡 노조가 물류센터가 더워 일할 수 없다며 하루 파업 등 투쟁에 나서자, 야외에서 폭염과 직사광선을 맞고 일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더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문제에 관련해 물류센터 등 실내 작업장보다 건설현장 같은 실외 작업장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쿠팡 고양1센터에서 직원이 천장형 국소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업무하고 있는 모습. [사진=쿠팡 뉴스룸]](https://image.inews24.com/v1/eac585f1ca7afa.jpg)
◆ 온열질환 산업재해 절반 야외 건설현장에서 발생
3일 산업계에 따르면 폭염 속 작업환경이 가장 열악한 분야는 단연 건설업계다. 실내 작업공간이 대부분인 물류센터와 달리, 야외 작업공간에서 뜨거운 햇빛에 노출돼 온열질환 대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류센터는 입고·출고·포장 등 실내 근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설이 열악한 대형 물류센터도 있지만, 쿠팡 등 주요 기업의 경우 더위 예방을 위해 천장형 실링팬이나 에어 서큘레이터·선풍기를 실내에서 수천대씩 운영하고 있고 층마다 에어컨을 쐬며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 최근엔 쿠팡은 고양, 동탄 등 주요 대형 물류센터에 근로자 머리 위에 시원한 바람을 쏴주는 ‘천장형 국소 에어컨’ 등 냉방시설을 대거 설치하기도 했다.
반면 대형 건설현장을 비롯한 야외 작업장은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그늘집이 대형 공사장에서 주로 마련돼 있지만, 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이마저 없는 경우도 다수 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내공간처럼 정수기 등을 수시로 사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에어컨이 달린 시원한 휴게공간도 많지 않아 더위를 식혀주는 냉방시설이 구비된 실내 공간에 비하면 높은 온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토목건축 현장 노동자 3천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노동자 82%는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은 오후 2∼5시에도 실외에서 휴식 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폭염으로 작업 중단을 요구해봤다는 응답자는 12.9%에 불과했다. '어차피 건설 일은 더워도 해야 해서', '건설사에 요청해 봐야 안 되니까' 등이 이유였다.
온열질환 피해의 대부분은 야외 건설현장에서 발생해왔다. 지난달 근로복지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8년~2023년6월) 발생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가운데 52%(61건)는 건설업에서 발생했고 제조업(18건),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업(1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실외와 실내 작업이 구분되는 81건 중 75건(93%)은 실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폭염이 야외 근로자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이다.
◆ 온열질환 산재 가장 많은 곳은 건설현장…물류센터는 온열질환 산재 0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업계 안팎에서는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대책이 실외 건설현장 등에 집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1일 폭염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던 쿠팡 노조의 파업 참여 인원은 3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가입인원이 전체 물류센터 직원의 0.5%에 불과한 극소수이기도 하지만, 야외 근로자와 비교해 폭염 피해 위험이 현저히 적어 하루 수입을 포기하며 파업에 동참할 동력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현장에서 근무한다는 누리꾼 A씨는 "폭염 대책의 어젠다가 야외가 아닌 물류센터 같은 실내 작업장에 집중될 경우, 진짜 무더위에 취약한 업종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매 시간 15분씩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아스팔트 등 외부 열기를 포함하면 33도를 넘어 35도를 넘기는 경우도 흔하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물류센터보다는 건설현장 등 폭염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야외 작업장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야외 건설현장의 폭염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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