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로 악화한 건전성 지표 관리가 시급해진 시중 은행들이 부실 채권을 장부에서 털어내기 위해 대거 상각 또는 매각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상반기 상·매각 규모만 이미 2조원을 넘어 지난해 전체와 맞먹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지난 상반기 모두 2조2천130억원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한다.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하고,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법 등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난 상반기 상·매각 규모는 작년 상반기 9천907억원의 2.23배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규모 2조2천713억원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 2분기에는 지난해 2분기 5천709억원의 2.38배인 1조3천560억원어치 부실채권을 대거 상·매각했다. 지난 1분기 8천570억원보다도 58%나 많다. 그만큼 올해 들어 건전성 지표가 갈수록 나빠져 더 공격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면, 해당 채권은 일단 대차대조표상 보유 '자산'에서 제외된다. 자산은 줄지만, 부실 채권 규모가 감소하면서 연체율이나 부실 채권 비율 등은 낮아진다.
지난달 대규모 부실 채권 상·매각의 영향으로 5대 은행의 연체율과 부실 채권 비율 등은 다소 떨어졌다. 5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은 0.29%였다. 한 달 전 지난 5월 말의 0.33%보다 0.04%포인트(p) 낮다.
부실 채권 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30%에서 0.25%로 0.05%p 하락했지만,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 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은 0.09%에서 변화가 없었다.
다만 여전히 1년 전과 비교하면 건전성 지표가 크게 나빠진 상태다. 지난해 6월 말 5대 은행 평균 연체율, 신규 연체율, 부실 채권 비율은 각 0.17%, 0.04%, 0.22%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12%p, 0.05%p, 0.03%p 낮았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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