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카드사들이 겉보기에도 '과한' 상생 금융 안을 줄줄이 쏟아내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행보에 무언의 압박감을 느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신한·현대·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는 최근 대출, 금리우대, 상환기간 연장, 마케팅 등 상생 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카드사들이 밝힌 지원 규모는 총 1조6천300억원에 달한다.

카드사별로 지원 규모를 보면 신한카드 4천억원, 현대카드 4천억원(커머셜 포함 6천억원), 롯데카드 3천100억원, 하나카드 3천억원, 우리카드 2천200억원 등이다. 이 중 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는 지난해 거둔 당기순익보다 규모가 컸다.
1천억~2천억원 대의 상생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한 신한·KB금융 등 시중은행들보다도 큰 상생 금융 규모다. 양 업권의 체급 차이를 놓고 봤을 때 현실적이지 않다. 카드사들이 상생 금융 규모를 '뻥튀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가계·기업 고객에 돌아가는 실질적인 금융비용을 추정해 산출했지만, 카드사들은 총지원 한도를 기준으로 상생 금융 규모를 발표했다. 혜택 대상 고객들이 실제 체감하는 규모는 발표한 금액에 훨씬 못 미칠 전망이다.
카드사들이 부풀린 상생 금융 안을 앞다퉈 내놓는 데는 금융당국의 사회공헌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요한 적 없다'고 선을 긋지만, 상생 금융을 발표하는 카드사를 방문하고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복현 금감원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7일 신한카드를 방문한 이 원장은 "그간 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생 금융 노력이 있었는데 최근 보험, 카드, 캐피탈 등도 적극 동참한 데 감사한다"며 "상생 금융 방안을 조기 집행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감독 당국 수장의 전 금융권 상생 금융 참여 독려는 당국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 금융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다른 회사보다 상생 금융 발표가 늦어지는 곳일수록 빨리,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위에서 (지시·요청이) 내려오는 건 아니지만, 무언의 압박감을 느껴 빨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건 사실이다"며 "게다가 서민금융 첩경에 있는 카드사들로서는 전체적인 여론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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