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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금 그곳은] 치수, 治水, flood control…관악구 "물과 전쟁"


관악구 저지대 중심으로 약 3천개 물막이판 설치, 동행파트너 구축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서울은 우리나라 수도이다. 서울시를 두고 ‘작은 정부’라고 한다. 서울에는 25개의 자치구(구청)가 있다. 구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는데 30만~50만명의 시민이 살고 있다. 각 구청마다 서로 다른 색깔을 나타내면서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지곤 한다. 아이뉴스24는 서울시 각 구청이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짚어보는 ‘서울, 지금 그곳은’이란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골목길. 저지대이면서 반지하가 몰려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사진=정종오 기자]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골목길. 저지대이면서 반지하가 몰려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사진=정종오 기자]

“물과 전쟁이다.”

“물을 다스려야 한다.”

“홍수와 침수 피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서울시 관악구는 지금 ‘물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8월 9일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관악구는 지리적 특성상 저지대가 많다. 관악구 조원동, 신사동, 신림동이 특히 낮은 지대에 속한다.

지난해 사망 사고 이후 관악구는 저지대를 중심으로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돌봄공무원과 동행파트너를 지정하는 등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달 29일 신대방역 근처 신사동을 찾았다. 신대방역에서 계단을 내려와 신사동으로 건너가는 횡단보도에 서는 순간 지대가 매우 낮아진다는 느낌이 발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 지역은 도림천이 바로 곁에 붙어있다. 하류 지역이다. 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올 때는 도림천이 범람하거나 이 때문에 배수구가 역류하는 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저지대이면서 반지하가구가 많은 것이기도 하다.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은 도림천 하류에 있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도림천이 범람하거나 역류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은 도림천 하류에 있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도림천이 범람하거나 역류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이날도 비가 많이 쏟아졌는데 도림천은 이미 자전거길과 거의 맞먹는 수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왼쪽으론 도림천이 있고 오른쪽엔 신사동이 있다. 그 중간을 야트막한 제방이 가로막고 있었다. 제방을 통해 시민들이 가벼운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신사동 골목 곳곳을 살펴봤다. 비가 오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의 모습은 드문드문했다. 골목 곳곳에 반지하 주택이 몰려 있었다. 함께 동행 한 신상현 관악구청 치수팀장은 “곳곳에 물막이판을 설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팀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지하 주택 창문에 약 40cm 정도 높이의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었다. 빌라의 경우 집으로 들어가는 공동현관 곳곳에도 물막이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따로 분리돼 있었다.

보통 때는 분리해 놓았다가 집중호우 등 침수 위험이 발생하면 틀에 끼워 넣는 식이다. 40cm 높이가 적당한지에 대해 신 팀장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기존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적당한 높이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집중호우나 하천 범람 등으로 침수위험이 있을 때 해당 건물주 주인이 분리돼 있는 물막이판을 설치하면 된다”며 “관악구 전체에 이 같은 물막이판을 약 3천개 설치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반지하 창문에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다. 물막이판은 비상상황에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정종오 기자]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반지하 창문에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다. 물막이판은 비상상황에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정종오 기자]

하수구와 배수로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들이 많은 것이 보통인데 이날 확인한 하수구안은 담배 꽁초 하나 없이 깨끗했다. 여러 곳을 확인했는데 모두 깨끗한 모습이었다. 신 팀장은 “장마 등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구청에서 하수구를 청소해 빗물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집중호우에 대해 예·경보 시스템도 바꿨다. 강우량 기준 시간당 55mm, 15분 강우량 20mm 등이 발생했을 때 발령한다. 침수예보 발령은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하고 각 자치구, 경찰, 소방, 동행파트너(문자, 카톡, 밴드 등)에게 즉각 보내진다.

침수경보 발령은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내린다. 침수예보가 발령됐을 때 동행파트너는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취약 계층을 방문해 대피 등 여러 상황을 안내하고 함께 대피하거나 행동한다.

서울 25개 구청 중 관악구에 취약계층이 가장 많고 동행파트너도 제일 많다. 조장호 관악구청 치수과장은 “관악구가 지난해 침수피해를 많이 입었던 지역 중 하나”라며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이라 돌봄공무원뿐 아니라 통반장이 중심이 된 동행파트너도 많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그동안 구청장이 직접 참석한 모의 훈련을 여러 번 하고 돌봄공무원과 동행파트너를 대상으로 교육도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동행파트너들은 비상 상황에서 출동했을 때 약간의 수당을 받는다.

최연호 서울시 치수안전과장은 “동행파트너들에게는 시 예산으로 비상상황에서 출동했을 때 수당을 지급한다”며 “이번에 처음 실시되는 동행파트너는 비상상황에서 직접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방문해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올해 동행파트너들의 역할을 분석한 뒤 부족한 점은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것을 꺼려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침수지역이라는 낙인효과와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관악구 조원동에서 동행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이천규 조원동 24통장은 “제가 관할하는 곳에 70여 가구가 있는데 지난해 95%가 수해를 입었다”며 “우리 지역은 물막이판이 80%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침수 피해를 직접 당한 지역이다 보니 설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통장은 “침수 피해를 입은 지역부터 먼저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그 다음 위험 지역이나 필요한 이들에게 설치하는 순서로 했으면 좋았는데 일괄적으로 물막이판을 설치하다보니 우선순위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통장이 책임지는 취약계층(노부부가 살고 있는 반지하)은 자신의 집에서 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통장은 “최근 비가 왔을 때 출동 문자가 왔는데 해당 취약계층 가구를 2번 방문했다”며 “문자가 오지 않더라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 방문하거나 전화 통화를 자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하수구와 배수로는 깨끗했다. 장마철을 맞아 정기적으로 청소한다고 관악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사진=정종오 기자]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하수구와 배수로는 깨끗했다. 장마철을 맞아 정기적으로 청소한다고 관악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사진=정종오 기자]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형태의 자연재해가 닥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우리는 처해 있다. 관악구는 침수위험 지역이 많아 ‘치수’가 다른 자치구보다 중요한 대책으로 꼽히는 곳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지난해 침수피해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올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현장 점검도 여러 번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관악구의원을 시작으로 서울시의원을 거쳐 2018년 제25대 관악구청장, 지난해 제26대 관악구청장에 당선되는 등 재선을 달성했다. 관악구의 ‘치수 정책’이 구민들에게 얼마나 실감나고 현실적으로 다가가느냐에 따라 박 구청장이 ‘3선’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아닐지 하나의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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