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아파트도 겉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어요. 내로라하는 대장주 단지 중에서도 재건축을 앞둔 곳들은 외관이 허름해도 내부 리모델링을 끝내 신축 못지않게 거주 여건이 좋습니다. 입지와 생활 인프라, 개발 호재 대비 가격이 오히려 중요하죠. '진흙 속 숨은 진주' 같은 소규모 나홀로 아파트들도 그래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최근엔 매물이 귀해 오히려 찾아가 '집을 팔 생각 없냐'고 묻기까지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하락폭이 크게 줄어 보합권에 안착한 상태에서 반등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자 일부 지역에선 그간 소외돼 온 '소규모 나홀로 아파트'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01% 떨어져 전주(-0.02%)보다 낙폭이 줄었다. 재건축이 5주 연속 보합(0.00%)을 나타냈고, 일반 아파트는 0.01% 내렸다. 신도시는 0.01% 떨어졌지만 경기·인천은 보합(0.00%)을 기록했다.
서울 재건축과 일반아파트 모두 하락폭이 줄면서 시장 개선 분위기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특히 서울 내 알짜 '나홀로 아파트'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홀로 아파트란 통상 1~2개 동, 100~300가구 규모의 주택을 의미한다.
![서울 관악구 일원 나홀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93e884cefe4b6.jpg)
실제 관악구 일원 1개 동, 50가구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를 찾는 예비 매수자들의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N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래 건수는 매년 1건씩밖에 되지 않는다"며 "지금도 시장에 나온 매물은 없어서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못 판다"고 말했다.
이어 "전월세 계약을 고려하는 고객에게 매물을 소개하면 외관만 보고 '너무 낡았다'는 식의 반응이 많은데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5분이면 갈 수 있고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진 곳"이라며 "의외로 내부 수선을 통해 신축 수준의 물량이 많고 구축이라 평면도 요즘보다 더 시원하게 빠졌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의 가장 최근 거래는 지난해 7월 발생했으며, 전용 84㎡ 매물이 8억원(9층)에 거래됐다. 지난 2016년 동일면적대 저층 매물이 4억3천만원(1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오른 가격에 계약이 성사됐다.
인근 1개 동, 20가구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 단지도 비슷한 분위기다. 매물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지만, 소량의 전월세 임대차 매물을 제외하고는 매도를 원하는 매물은 없어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개업소에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거나, 중개인과 동행해 매물을 내놨다 거둬들인 집을 찾아 매도 의사를 묻는 등 적극적으로 매입을 준비하는 예비 수요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일대 매물을 중개하는 W부동산 대표공인중개사는 "나홀로 아파트 특성상 커뮤니티 시설이나 브랜드 측면에서 밀리기 때문에 치솟는 수준으로 가격이 오르진 않는다"며 "그러나 최근 저층, 소규모 단지의 경우 신통기획 등 재개발 영향도 있고,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지 않아도 그만큼 또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과 같은 침체기 상황에선 합리적인 가격대에 매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임장을 많이 다녀본 수요자들은 오히려 동일 조건에서 나홀로 아파트를 찾고 있다. 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도 있다"며 "나홀로 아파트의 경우 오래 거주한 원주민이 많아 소박한 외관과 달리 융자금이 없고 리모델링까지 마친 우수한 컨디션의 매물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S부동산 관계자는 "콕 집어 나홀로 단지를 찾는 문의가 종종 있다"며 "사려는 사람은 있는데,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아 부동산에서도 먼저 매도를 권하는 연락을 돌리기도 하고, 개중엔 임장 중 직접 집주인들에게 '집을 팔 생각이 있는지' 묻기도 하는 예비 수요자들도 있다"고 했다.
다만, 대규모 브랜드 단지와 비교해 선호도가 여전히 낮다는 점,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점,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나홀로 아파트도 기존 단점을 살펴 알짜 지역 내 선별 투자가 필요한데, 최근 전세사기로 빌라를 꺼리면서 빌라보다 여건이 우수한 나홀로 아파트가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며 "또 동일지역 내 대단지 아파트보다는 값이 저렴하고, 교통·생활 인프라까지 갖춰져 있다면 실거주는 물론 꾸준한 임대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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