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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인터넷 속의 현실과 가상


 

우린 가끔 자기 얼굴을 꼬집어본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그렇다. 꿈(가상)인지, 생시(팩트)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현실에서도 그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무대를 인터넷으로 옮기면 어떨까?

모르긴 해도 우리 얼굴엔 큰 흉터가 생기고 말 것이다. 하도 꼬집어서. 인터넷, 사이버 세계, 즉 가상세계, 그러면서 또 다른 현실, 게다가 정보의 바다이기까지 한 그곳에서, 과연 온전하게 팩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곳에는, 있는 이야기와 지어낸 이야기가 뒤죽박죽으로 섞여있다. 그 섞임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보통사람으로선 구분하기 쉽지 않다. 나중에 꾸며낸 이야기임이 밝혀져도 많은 사람에겐 현실이 되고 난 뒤의 일이다.

최근 몇 개 언론은 '덮녀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린 눈물의 호소문'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덮녀는 인터넷에 얼굴이 알려진 신원미상의 여성으로, 이상하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네티즌의 인신공격의 대상이 됐었다.

그 가상은 몇 개 언론에서 현실이 됐다가, 다시 가상이 됐다. 물론 그 가상이 가상이었음을 다시 확인하지 않은 사람에겐, 그것은 여전히 현실일 것이다. 그래서 그 가상은 현실적으로는 가상이기도 하고,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이런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 방송국은 이른바 '개똥녀'가 아닌 사람이 가상으로 꾸민 사과문을 방송하였다가 야유를 받았고, 한 교수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음에도 가상으로 작성된 인터뷰 기사 때문에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았고, 한 게임 업체는 가상으로 작성된 표절 기사 때문에 동분서주하는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여기 나열된 사례는 나름대로 팩트를 추구하는 언론과 기자가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기사화한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관적으로 가상인지, 팩트인지가 가려진 것이다. 그런데, 기사화된 세상보다 기사화되지 못한 세상이 훨씬 넓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헷갈리는 게 바로 인터넷인 셈이다.

특이한 것은 그 가상들이 언론을 빙자하거나 언론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가상을 창조하는 주체들은 그 '시뮬라시옹'을 현실화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고, 언론을 빙자하거나 이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미디어는 이미 또 다른 가상 창출의 공간인 것이다.

팩트 못잖게 우리가 진짜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 대목이다. 그들의 가상을 터무니없는 것으로만 몰아낼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네티즌이 창조해내는 가상이 가끔은 특정인에 대한 사이버 폭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언론의 오보처럼. 그것은 분명 단죄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수도 없이 만들어내는 가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덮녀(팩트)에 대한 사이버 폭력(마녀사냥)이 존재하고, 동시에 이를 안타까워하며 '덮녀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린 눈물의 호소문'(가상)도 존재한다.

이 경우 팩트의 결과보다 가상의 결과가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거짓말이기 때문에 추방돼야 하기에는, 너무나 필요한 가상도 있는 것이다.

가상은 지금의 거짓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일 수도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 자체가 현실과 가상의 접점에 있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제3의 영역으로 읽혀져야만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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