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제품이 없어서 판매를 못할 정도입니다."
3년 만에 돌아온 엘리뇨로 인해 올 여름 폭우가 예상되면서 가전업계가 '제습기 품절 대란'으로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에어컨에 제습 기능이 적용되면서 그동안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제습기 시장은 역대급 폭우 예보에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일시품절된 SK매직 '초슬림 제습기' [사진=SK매직 모바일앱 캡처]](https://image.inews24.com/v1/cefda2fd49a757.jpg)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에 이어 올해 SK매직이 7년 만에 제습기 시장에 재진출했다. 2016년 이후 판매를 중단했다가 지난 3월 13L 용량의 '초슬림 제습기'로 다시 경쟁에 나섰다. 이 제품의 현재 주문량은 예상 판매량 대비 200% 이상 폭주해 당장 주문하더라도 보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SK매직 관계자는 "현재 매직몰에서는 물건이 없어서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며 "출시 후 약 1만 대가 판매됐고, 재고가 없어 오는 7일부터 판매를 재개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역대급 폭우 예고에 살아난 제습기…삼성·SK매직, 잇따라 재진출
삼성전자도 지난해 6월 '삼성 인버터 제습기'를 출시하며 5년 만에 국내 제습기 시장에 재진출했다. 최근 몇 년새 이상기후 여파로 습도가 높은 기간이 늘어나자 에어컨만으로 제습기를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관련 제품들이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 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다 지난 2017년 단종시켰다. 당시 시장 규모가 해마다 감소했던 데다 제습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제습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가전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굳이 별도의 제습기를 내놓을 필요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말 출시한 2023년형 '삼성 인버터 제습기' [사진=삼성닷컴 캡처]](https://image.inews24.com/v1/d2aa9e2d012f37.jpg)
실제로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30만 대로 최정점을 찍고 이듬해에도 100만 대를 넘겼지만, 2016년에는 절반 수준인 55만 대, 2017년에는 20만 대로 크게 줄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무풍에어컨 갤러리 스탠드형 등 강력한 제습 기능을 갖춘 에어컨들을 꾸준히 내놨다. 또 에어컨이 제습기와 원리가 동일하지만 사용 시 더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에어컨은 열이 발생하는 응축기를 실외기로 빼지만, 제습기는 일체형으로 돼 있어 실내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태도를 급격하게 바꿔 5년 만에 제습기를 출시한 후 올해도 신제품을 내놨다. 제습기 시장이 예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해서다. 지난 4월 말쯤 출시된 '삼성 인버터 제습기'는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의 저소음 인버터 제습기로, 제습 용량은 18L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부터 긴 장마 여파로 에어컨 수요가 부진한 반면, 제습기 같은 '장마 가전'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장마 기간 동안 높은 습도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제습기 시장도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제습기 수요 부추긴 봄비…기존 '강자' LG·위닉스, 신제품으로 대응 나서
특히 올 여름에는 폭우가 예상되면서 제습기 시장은 더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기상청은 올 여름 엘니뇨가 3년 만에 한반도를 강타한다고 예보했는데, 이로 인해 폭우가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엘니뇨란 태평양 감시구역(위도는 남위 5도부터 북위 5도, 경도는 서경 170~120도인 구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탓에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대류 현상 및 저기압성 순환 형성 등의 요인으로 남쪽에 있는 수증기가 유입돼 강수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엘니뇨가 왔던 2002년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 남부지방 강수량은 최고 601.4㎜로 평년(343.7㎜)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역대급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물폭탄이 예보돼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에 미리 제습기를 장만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이달 초 어린이날 연휴에 강한 비가 내린 후 제습기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제습기 판매량에서도 증명됐다. 위니아에 따르면 지난달 제습기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170% 폭증했다. 작년 대비 올해 판매량이 1.2% 증가한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위닉스에서도 지난달 1~21일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다.
덕분에 올해 제습기 시장 전망도 밝다. 업계에선 지난해 50만 대 수준이었던 국내 제습기 시장이 올해 60만 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에는 제습기가 6월부터 많이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점차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며 "특히 지난달 초 봄 답지 않은 많은 비를 경험하고 여름을 대비해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되며 제습기 구매에 나선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2023년형 '휘센 듀얼 인버터 제습기' [사진=LG전자]](https://image.inews24.com/v1/e5a778f3ce4a42.jpg)
이처럼 제습기 시장이 살아날 분위기를 보이자 위닉스와 함께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도 신제품을 앞세워 수요 대응에 나섰다. LG전자가 출시한 2023년형 '휘센 듀얼 인버터 제습기'는 동급 최강의 제습 성능은 물론 에너지 효율이 높다. 이 제품은 전력량 1kWh당 16리터 제품은 3.2리터, 20리터 제품은 2.81리터의 습기를 흡수한다. 이는 한국에너지공단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등록돼 판매되고 있는 동급 용량의 제습기 중 제습 효율이 가장 좋다.
LG 휘센 제습기는 신제품 3종과 지난해 출시해 판매 중인 5종 등 총 8종 모두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이다. 덕분에 지난해 출시한 제품 5종은 최근 전기요금 이슈 영향으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은 LG 휘센 제습기 중 첫 번째 업(UP)가전"이라며 "동급 제품 중 최고의 제습 성능을 갖추고 오브제컬렉션 디자인으로 어떤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는 휘센 제습기 신제품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닉스도 올해 '뽀송 12L'를 출시했다. 16평형에 적합한 제품으로, 자동 성에 제거, 만수 감지, 연속 배수 등 기능을 갖췄다. 신일전자는 제습량 18L 상부식 제습기를 출시했다. 6리터 물통이 제품 상단에 달려 교체할 때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 샤오미는 지난해 '샤오미 스마트 제습기'를 출시하며 국내 제습기 시장에 첫 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역대 최장의 장마가 지속된 것을 기점으로 습도에 예민해진 소비자들이 에어컨 외 제습기를 따로 둬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관련 시장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기존 강자인 위닉스와 LG전자 외에 삼성전자, 샤오미까지 속속 진입하면서 제습기 시장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