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연속 동결…경기 침체에 물가 '이중고'(종합)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3연속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는 모양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에서 1.4%로 내려 잡았지만, 물가상승률은 3.5%로 애초 예상치를 유지했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경제성장 둔화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한다.

◆ 한은, 기준금리 3연속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오전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3연속이다.

한은은 회의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동결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끝났다는 시장의 기대와 부합하는 결정이다. 앞서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는 방향으로 고점 사이클을 끌고 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021년 8월(0.75%)부터 올해 1월(3.5%)까지 약 1년 반 동안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7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만 보면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는 0.5%포인트를 한꺼번에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번 3연속 동결 결정으로 사실상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시장의 평가가 증명되고 있는 셈이어서 이제는 앞으로 언제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인지가 관건이 됐다.

◆ 물가상승률 전망치 3.5% 유지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5%로 유지했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와 같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애초 전망치 3.0%를 웃도는 3.3%로 내다봤다.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4%로 제시했다.

한은이 지난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인상한 배경은 걷잡을 수 없는 물가상승률 때문이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월 5.2%에서 4월 3.7%로 석 달 새 1.5%포인트 하락하며 14개월 만에 3%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워낙 높았던 물가 상승 폭에 비해 올해는 덜한 기저효과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근원물가는 올 1월 4.1%에서 3월과 4월은 각각 4.0%를 기록하며 사실상 큰 차이가 없어 물가 부담은 여전하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당 폭 낮아졌다가 이후 소폭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는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등으로 애초 전망보다 완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물가보단 경기…경제성장률 1.4%로 0.2%p 내려

그런데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한 것은 경기 침체 우려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4%로 지난 2월 예상치 1.6%보다 0.2%포인트 내려 잡았다. 내년에는 2.3%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최근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전망치보다 낮은 것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8%에서 1.5%로 0.3%p 내려 잡았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1.7%에서 0.4%포인트 내린 1.3%로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당분간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하반기부터 IT 경기 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파급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IT 경기 반등 시기, 중국 경제 회복의 국내 파급 영향 정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