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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M&A 성과 내야 한다"…SK하이닉스, 솔리다임 경영진 교체 왜


롭 크룩 사임 후 CEO 공백, SK하이닉스와 CEO 겸임 체제로는 개선 어려워
노종원-데이비드 딕슨 체제, 분위기 반전 이끌지 관심…재고 급증 등 해결 과제 산적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인 낸드 플래시 솔루션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이 공석이었던 CEO자리를 채웠다. 지난 10월 롭 크룩의 사임이후 곽노정 사장이 임시로 CEO를 맡은지 7개월 만이다.

솔리다임이 미국 현지시간 11일 이사회를 열고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과 데이비드 딕슨(David M. Dixon) 솔리다임 부문장을 신규 각자 대표이사(Co-CEO, Co-Chief Executive Officer)로 선임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시간 11일 솔리다임이 이사회를 열고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과 데이비드 딕슨(David M. Dixon) 솔리다임 부문장을 신규 각자 대표이사(Co-CEO, Co-Chief Executive Officer)로 선임했다고 16일 밝혔다.

◆ '아픈 손가락' 솔리다임…낸드 불황에 실적 '악화'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12월 30일 인수한 인텔의 낸드 사업부로, 중국 반독점심사 승인을 받은 뒤 인텔이 보유한 자산을 양수하는 데 필요한 1차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계약금액은 총 90억 달러(약 10조8천억원)로, 이 가운데 70억 달러를 1차로 SK하이닉스가 인텔에 지급했다. 이어 2025년 3월께 남은 20억 달러를 2차로 지급하고 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반 데이터 저장장치인 SSD 사업과 중국 다롄 팹 등을 인텔로부터 넘겨받는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인텔 SSD 사업을 운영할 미국 신설 자회사의 사명을 솔리다임으로 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본사를 둔 솔리다임은 인텔이 운영했던 SSD 사업을 인수해 제품 개발, 생산,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솔리다임 본사 전경 [사진=솔리다임 홈페이지]

일각에선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가격이 다소 비싼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으나, SK하이닉스 측은 지난해 1월 CES 2022 기간 중 미국 라스베이거스 월도프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인텔 낸드 사업 인수 가격은 결코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솔리다임은 낸드 플래시 한파 여파로 실적이 갈수록 고꾸라져 SK하이닉스의 골칫덩이가 됐다. 실제로 솔리다임을 비롯한 인텔 낸드 사업 판매 조직망과 해외 법인을 포함한 SK하이닉스 미국 낸드 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3천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솔리다임은 낸드 시황 악화로 당분간 매출, 손익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탓에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이 D램에 편중돼 있던 자사 사업구조의 문제를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낸드 업황 악화, 미국의 대 중국 제재 등 외부적인 요인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4.81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한 낸드 가격은 지난 3월 3달러대까지 떨어졌고, 2분기에도 5~10% 수준의 추가 하락이 예고됐다.

◆ 출범 1년 6개월만에 또 경영진 교체…솔리다임 탓에 재고 '역대 최대'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계속된 실적 악화 탓에 잦은 경영진 교체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모양새지만 어려움은 갈수록 더 가중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인수 직후 초대 CEO로 롭 크룩을 선임했으나, 그는 1년도 안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도 솔리다밍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랐으나,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나 '기술전문위원'으로 밀려났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출범 1년도 안 돼 박정호 부회장-곽노정 사장 체제를 중심으로 솔리다임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 했으나, 7개월 만에 노종원 사장-데이비드 딕슨 부문장 각자 대표 체제로 또 다시 전환하며 운영에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리다임 이사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새로운 CEO를 꾸준히 물색해 왔다"며 "사업 최적화와 데이터센터 SSD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노 사장과 딕슨 부문장을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M16 팹 준공식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하이닉스]

노종원 솔리다임 대표이사는 SK텔레콤, SK하이닉스에서 일하며 사업전략 수립, 인수합병(M&A) 등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연말부터 솔리다임 최고사업책임자(CBO, Chief Business Officer)를 맡아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과 대외 파트너십 업무를 주도해왔다.

딕슨 대표이사는 인텔(Intel)에서 28년 간 경력을 쌓은 기업용 SSD(eSSD, enterprise SSD) 전문가다. 그는 최근까지 솔리다임의 데이터센터 그룹(Data Center Group)을 이끌며 SSD 개발 전략 수립과 상품 기획을 맡아왔다.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은 "기업용 SSD에 강점이 있는 솔리다임의 사업과 기술력에 정통한 두 경영자를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한 만큼, 양사 간 역량 결합과 시너지 창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양사 통합 제품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해 고객들에게 더욱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실적 개선을 두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합병이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상향에는 도움이 됐지만, 재고는 되레 급증한 탓에 당분간 실적 회복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 평가액은 약 17조1천82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 15조6천650억원에서 9.7% 증가했다.

특히 솔리다임 합병이 이루어진 지난 2021년 말 이후 재고자산 급증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2021년 3분기 말 6조원 수준이던 재고자산은 같은 해 말 8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1분기에는 1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 말과 2021년 말(9조2천억원)과 비교하면 85%가량 늘어난 것으로, 재고자산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D램 보다 낸드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SK하이닉스·솔리다임 낸드 사업은 당분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 KIS 인더스트리 아웃룩' 보고서를 통해 "낸드 재고수준을 고려하면 업황 반등 시점은 2024년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솔리다임 합병 이후 매출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으나 재고 증가율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은 더욱 불안한 요인"이라며 "낸드 시황의 드라마틱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실적 회복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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