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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딜레마]⑤임종룡의 '우리별'은 언제쯤…(끝)


운명의 장난처럼 "좋은 물건 있으면 사겠다"지만…
민관 넘나든 덕장도 실패한 대우조선 구조조정
증권 빅사이즈 매물 없어 실망만 커질 가능성도

우리금융 CF 혁신편 중 [사진=우리금융 CF]
우리금융 CF 혁신편 중 [사진=우리금융 CF]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임종룡 회장이 우리금융그룹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잡으려면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 사실상 인수·합병(M&A) 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전망이 그렇고, 임 회장도 분명히 알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달 24일 취임식 후 △신뢰받는 우리금융 △빠르게 혁신하는 우리금융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 △국민께 힘이 되는 우리금융을 4대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초청한 임 회장은 "증권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지만, 신설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신 "처분을 원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있으면 기꺼이 자리에 나설 것"이라며 이 원장 앞에서 공개 구애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022년 실적 관련 컨퍼런스콜에서도 타깃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등 그룹 시너지에 유리하고 균형 잡힌 수익구조를 보유한 리테일(소매영업)에 기반한 증권사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유안타증권과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교보증권, 한양증권 등 중소형사를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하는 이유다.

유안타증권은 두터운 리테일 고객층이 있다. 시가총액이 5천억원대로 인수하기 적절한 규모라고 본다.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리테일보다 기업금융(IB)이 상대적으로 강한데, 최대 주주가 사모펀드(PEF)라는 점에서 가격만 맞으면 비교적 쉽게 사들일 수 있다. 한양증권은 최근 성장세가 뚜렷하고 시가총액이 1천억원대로 은행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NH투자증권 홈페이지]
[NH투자증권 홈페이지]

그러나 이는 살 수 있는 물건이 중소형밖에 없다는 얘기도 된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 회장 시절(2014년 6월)에 우리투자증권을 1조 500억원에 샀다. 임 회장과 농협금융으로선 횡재에 가까운 M&A였다. 우리금융의 대형 증권사를 사고, 이젠 중소형을 사서 다시 메워야 한다. 모든 금융그룹에서 증권사는 필수 계열사다. 역시 임 회장과 우리금융으로선 딜레마다.

이 모든 것이 관료들의 의사 결정으로 이뤄졌다. 당시에도 우리금융그룹은 증권사를 내놓을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그땐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니 돈 되는 걸 팔라는 것이었다. 이젠 다시 필요하니 작은 거라도 사야겠다고 한다. 이 상황을 곱씹어 보면 결국 관료들이 공적자금 회수가 늦어지자 책임을 회피하려고 국민 세금이 들어간 우리금융의 기업가치를 훼손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이면의 최대 수혜자가 임종룡 당시 농협금융 회장이었던 셈이다.

당시 우투증권을 강하게 원했던 KB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매각 1조 500억원이라는 가격도 논란이 있었다. 당시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은 장부가에 못 미쳐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그만큼 우리금융의 이익은 줄었다. 정상적인 경쟁이 아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KB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결과적으로 임 회장의 우투증권 인수는 성공한 M&A로 평가받는다. 운이 좋았다. 뼈저리게 실패한 사례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이다. 임 회장이 제5대 금융위원장으로 2015년 3월에 취임한 후 4개월 만인 7월에 우리나라 최악의 경제 사건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가 터졌다. 회사 발표로 3조1천억원 영업손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실사하니 손실은 5조5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전 3개년 동안 4천억원 정도씩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가 갑자기 5조5천억원의 손실. 듣도 보도 못한 역대급 쓰나미가 밀려왔다.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수습 총대를 멘 임 위원장은 고심 끝에 M&A를 통한 수습책을 마련하고 삼성에 SOS를 쳤다. 기자들에겐 과도한 불안 조성 자제를 요청하고, 언론사 데스크들을 만나선 이 엄중한 조선업 사태는 사실상 삼성밖에 해결할 수 없다며 압박했다.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사 달라는 것이다. 사기 어렵다면 당분간 위탁경영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벌자는 셈법이었다. 그러나 모든 게 허사였다.

그 정도의 여론 압박에 움직일 삼성이 아니다. 실제로 삼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15년 이후 대우조선에 새로 투입된 현금 공적자금만 4조2천억원이다. 산업은행의 대출 채권 1조8천억원은 주식으로 전환됐다. 당시 여러 연기금도 보유 채권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5년 콜옵션 채권)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금리 1%를 적용하고 있다. 무려 2조3천억원어치다. 지난해 한화그룹이 인수 후보자로 결정된 후엔 아예 5년간 1%를 적용하기로 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화그룹이 받을 금리 혜택만 1조원이 넘는다고 추정한다. 임 회장이 당시 구조조정을 매듭짓지 못하면서 이어지는 국민의 고통 분담이다.

민관을 넘나들며 덕장의 풍모를 보여준 임 회장이지만, 우리금융에서의 성공을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NH농협금융에서처럼 대운(大運)이 깃든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복현(왼쪽) 금융감독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3월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시니어플러스점에서 열린 개설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복현(왼쪽) 금융감독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3월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시니어플러스점에서 열린 개설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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