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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싸움에 등 터지는 삼성·SK…이재용·최태원, 출장길서 해답 찾을까


내달 尹 방미길 동행, 美 정·재계와 반도체법 논의할 듯…"尹도 반도체 문제 해결 나서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중국에 이어 다음달 미국 출장길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점차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싸움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민혜정 기자]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다음달 말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관련 경제사절단에 합류한다.

이번 일은 미국 재계와 꾸준히 교류해 왔던 전경련 주도로 진행된다. 사절단 파견 일정은 다음달 24~28일로, 전경련은 최근 회원사들에 공문을 보내 '2023 미국 경제사절단' 파견 계획을 알리고 참가 희망 기업의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관련해 전경련이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것은 2016년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재계 '맏형'으로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최근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에도 국정농단 사태 이후 회원사 재가입을 하지 않은 4대 그룹 총수를 한데 불러 모으는 데 성공하며 부활을 알렸다.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해 문재인 정권 때는 철저하게 외면 당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2월 현 정부 출범에 관여했던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뀐 모습"이라며 "이미지 개선과 조직 쇄신을 위해 노력한 점을 점차 인정 받으면서 최근 재계 내 굵직한 행사들을 다시 주도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4대 그룹 총수들은 이번 방미 일정 중 한미 첨단산업 비즈니스포럼 등에 참석해 반도체, 배터리 등을 포함한 한미 첨단산업·신성장분야 협력 강화, 비즈니스 네트워킹 구축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 미국 정·재계와 잇따라 만남을 갖고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가 없도록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을 겨냥해 최근 반도체 지원법을 앞세워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도록 압박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 회장과 최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된다. 이미 수십억 달러를 중국에 투자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보조금을 미끼로 향후 10년간 중국에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게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 지, 아니면 중국 내 사업 역량을 계속 확대해나갈 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칩 제조시설을 가동 중이며, 다롄에서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을 인수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빌미로 생산시설의 수익성 지표를 단순 숫자가 아닌 엑셀 파일로 내라고 요구해 비난 받고 있다. 특히 영업 기밀에 해당할 수 있는 웨이퍼 수율 등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정보를 요구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29일 주총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미국에 투자 보조금 신청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이끌고 있는 이 회장과 최 회장의 셈법도 복잡해진 분위기다. 최근 중국을 찾아 돌파구 모색에 나서려는 모습이었지만,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으로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중국에서 크게 환영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여러 번 관측됐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27일 막을 내린 '2023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에 참석했는데, 마지막 날 리창 국무원 총리와 주요 기업 CEO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주요 그룹에 함께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담장 중앙에는 리 총리를 비롯해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주요 인사와 팀 쿡 애플 CEO, 올리버 베테 알리안츠 그룹 CEO 등 외국인 참석자들이 원형으로 배치된 베이지색 소파에 앉았다. 이 회장은 그 뒷쪽에 배치된 붉은색 의자에 앉아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 촬영에서도 이 회장은 4열 중 세 번째 줄로 밀려났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을 대한 중국의 반응은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 중국 시안 등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선택을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해석했다.

이 탓에 이 회장과 최 회장은 방중 기간 중 반도체 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말을 아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보아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에 방문한 최 회장은 '반도체 문제와 관련해 중국 고위급 인사와 만날 예정이냐'는 특파원들의 질문에 "가능하면 해 보도록 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총수들의 중국 방문에도 불구하고 키를 쥐고 있는 곳은 미국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규제와 관련한 뚜렷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은 듯 하다"며 "이 회장, 최 회장이 다음 달 미국 방문 시 해결책을 잘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역시 기업인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반드시 반도체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동맹은 주종이 아닌 호혜 관계임을 미국 측에 각인시키고 반도체 문제와 관련해 윈윈 방식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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