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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식 '마크롱 개혁' 이룰 자 누구인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파리 남부 헝지스 국제 도매시장을 방문해 치즈를 맛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소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 개혁안 홍보를 위해 동트기 전 유럽 최대 식품시장을 방문했다. 2023.02.21. [사진=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파리 남부 헝지스 국제 도매시장을 방문해 치즈를 맛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소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 개혁안 홍보를 위해 동트기 전 유럽 최대 식품시장을 방문했다. 2023.02.21. [사진=AP/뉴시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내가 이 개혁을 즐긴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의회 패싱' 논란까지 빚으며 연금개혁안 처리를 강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TV 생방송으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연금개혁' 당위성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마크롱의 정면돌파식 연금개혁은 국민의 거센 반발로 4년 이상 남은 임기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대선 공약을 관철시킨 결단으로 평가된다. 생방송 연설에 나선 것도 프랑스 전역에서 산발적 시위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현행 62세에서 2030년 64세로 점진 상향되고, 연금을 100% 받기 위해 보험료를 납부하는 기간도 2027년부터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어난다.

윤석열 정부도 노동, 교육과 함께 연금을 '3대 개혁'으로 꼽을 만큼 연금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당선 1주년에 즈음해 "먹고 사는 문제가 힘든 국민들께 기득권,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고 개혁을 완수해서 더 나은 미래를 드리겠다"며 최우선으로 추진할 국정운영의 방향을 '개혁'에 뒀다. 3대 개혁의 추진에도 나름의 우선순위는 있겠으나 연금개혁의 경우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 조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초안도 도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29일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자문위)로부터 첫 경과보고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연금개혁을 위한 특위까지 꾸리고 연금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자문위를 통해 논의를 이어왔지만 첫 단계인 초안 보고를 지금껏 받지 못했다. 특위 활동 기한은 4월까지로, 당초 1월말까지 자문위원회가 정부 재정 추계를 바탕으로 개혁안을 도출하여 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지연돼 왔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자문위 보고의 결론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입장과 소득대체율 인상 불가를 주장하는 입장이 대립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데 그쳤다. 보고서에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는 양측이 동일한 입장이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을 전제로 한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상이 없는 보험료율 인상 주장이므로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 의견이 일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나라 연금 보험료는 기준소득월액에 보험료율(월소득대비 납부금 비율)을 곱한 금액이다. 현행 보험료율은 9%로 1998년 이후 25년째 동결 상태다. 소득대체율(근로기간 평균소득대비 노후소득 비율)은 2007년부터 해마다 0.5%p씩 낮춰 2028년 40%에 맞추도록 고정됐다. 연금개혁은 현재 국민연금이 낸 것에 비해 과도하게 받도록 설계되어 미래세대가 누적된 대규모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본질은 '누가 언제 얼마나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인데, 결국 세금인상으로 이어져 논의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눈치를 살피느라 허울뿐인 '개혁'을 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연금개혁을 둘러싼 움직임이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민간자문위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까지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후 부정적 여론이 들끓자, 보건복지부는 "15% 단계적 인상 방안은 정부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여야 특위 간사들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에서 연금체계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우선해야 한다며 방향성을 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첫 보고를 받았지만 보험료율, 가입상한, 수급개시 연령을 모두 올리는 방향의 연금개혁 필요성에 공감대를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요율 인상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과 같은 직역연금에 대해서도 대부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만 봤다. 이러한 한국에 프랑스 정부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추진하는 뚝심있는 개혁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윤석열 정부가 연일 주장하는 '기득권 타파', '이권 카르텔 혁파'가 허울뿐인 외침에 그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혁을 위해선 일관된 방향성과 적극적인 소통이 요구된다. 역대 정부가 일제히 연금개혁을 주저한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55년까지 당겨졌다. 이대로 더 시간을 끌다가는 '총선 눈치보기'란 오명을 씻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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