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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왜 이래"…돈 주고 빌리는 삼성·LG·SK, 이유는


LGD, OLED 경쟁력 제고 위해 LG전자서 1조 차입…삼성전자, 삼성D서 20조 빌려
SK온, 배터리 사업 강화 위해 SK이노서 2조 유상 증자 받아…자금 확보 '구원투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간 자금 지원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자 계열사 간 금융 거래를 통해 부담을 낮추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 모델이 투명 OLED가 지하철 창문에 탑재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
LG디스플레이 모델이 투명 OLED가 지하철 창문에 탑재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

28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빌리는 방식으로 자금 확보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입 기간은 오는 30일부터 2026년 3월 30일까지 3년으로, 이자율은 연 6.06%다. 2년 거치 1년 분할 상황이 조건이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이번 일과 관련해 "양 사간 금융 협력은 LG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OLED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의 안정적 운영 및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수요 악화와 경기 둔화로 지난해 2조8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일을 기점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프리미엄 TV 시장 내 점유율을 계속 늘린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올레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0%를 넘었다.

또 최근 개발에 성공한 신기술인 메타 테크놀러지로 초격차를 이루고, 투명 OLED·게이밍 OLED 등의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메타 테크놀러지는 빛 방출을 극대화하는 초미세 렌즈와 휘도 강화 알고리즘을 결합해 22% 개선해주는 기술이다.

더불어 중소형 OLED 부문에서는 올해 양산을 시작한 차량용 2세대 탠덤(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아 내구성을 높인 방식) OLED 등의 기술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 경쟁력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와 반대로 삼성디스플레이는 모회사인 삼성전자 측에 지난달 20조원을 빌려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데다 1분기 실적도 적자가 예고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력 고객사인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 14' 시리즈 효과로 지난해 6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해 주목 받았다.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아이폰14 프로' 패널의 70% 이상을 공급한 것으로 봤다.

이에 자금력이 생긴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한파로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여력이 마땅치 않을 것으로 판단돼서다. 삼성전자가 자회사로부터 대규모 차입금을 빌린 건 이례적인 일로 차질없는 투자를 이어가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기술 중심 경영' 기조에 따라 차질 없는 투자 이행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뿐 아니라 비메모리 시장도 석권해 종합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의지는 지난 1월 말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재고조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우호적이진 않지만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하기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캐팩스(CAPEX·설비투자)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반도체 사업에 47조9천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전체 투자금액이 53조1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의 대부분을 반도체 시설 투자에 집행한 셈이다. 이에 올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차별화 지속 외에 하반기 본격화가 예상되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인 DDR5와 LPDDR5X 시장 대응을 위한 선단공정 전환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22조원)를 투자해 500만㎡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연내 완공 예정인 이 공장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 등 첨단 시스템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엔 용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반 공정 기술 혁신을 지속해 2025년에는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해 2027년까지 모바일을 제외한 제품군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키워 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침체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축소를 단행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삼성전자는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고 예년과 같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온]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온]

SK도 그룹 내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계열사 간 금융 거래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SK온은 지난해 12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의 유상증자를 받아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한 바 있다. 다만 SK온은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이 약 4조9천389억원에 달해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SK온이 가용할 수 있는 보유 현금은 3조4천668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은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7년 이후 6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고, 투자 규모에 비해 아직 생산라인에서 이익이 나지 않고 있다"며 "뒤늦게 시장 진출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자금을 끌어 들여 과도한 투자를 진행했지만 자금 상황은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SK온을 돕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SK이노베이션 역시 자금상황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라며 "모기업의 투자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성공적인 자금조달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온 측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SK온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한국투자 PE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1조3천억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공시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한국투자 PE 등 재무적 투자자가 8천억원 출자를 진행, 후속으로 최근 약 3천757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며 "국내외 투자자 유치, 투자하는 국가의 정책금융 및 인센티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추가 투자 재원 확보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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