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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서 선임했다면서 찬성률은 나중에 공시하겠다는 우리금융


이젠 대세인 인터넷 중계도 없는 깜깜이 주총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주주총회를 통해 내정 당시 '관치' 논란이 불거졌던 임종룡 회장을 정식 선임했다. 우리금융 측은 주총이 매끄럽게 끝났다고 했으나, 시작은 꺼림칙하다. 상세 표결을 공개하지 않은 탓에 그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 정도도 알 길이 없다.

금융위원장 등을 지낸 화려한 관료 이력 탓에 임 회장은 내정됐을 때부터 우리금융 안팎으로 거센 선임 반대 저항에 부딪혔다. 결정의 날인 24일에도 시민단체들은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회장 선임 반대 시위를 했다.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 취임식 관련 현수막. [사진=이재용 기자]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 취임식 관련 현수막. [사진=이재용 기자]

무엇보다 무난한 주총 통과가 점쳐졌기에 더 아쉽다. 앞서 최대 주주 우리사주조합을 관리하는 노조는 애초 임 회장을 관치 인사로 보고 선임을 반대했지만, 그와 만남을 통해 태도를 바꿨다.

우리금융 지분 40%를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뢰하는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ISS'도 관료라는 이유로 반대하려면 정부 영향력 등 반대파가 주장하는 우려에 설득력 있는 충분한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임 회장 선임 건에 찬성하라고 권고했다.

여기에 지분율 6.84%로 2대 주주에 올라 있는 국민연금까지 지난 23일 찬성표를 던지기겠다고 결정하면서 임 회장 선임에 힘을 실었다. 공개 지지와 시장 전망 등을 종합해 보면 이날 주총에서 임 회장은 많은 주주로부터 지지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결정은 지난 23일 주총을 마친 직후 찬성률 등 결의 현황을 공시한 신한금융과도 대조적이다. 신한금융은 해당 공시를 통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90%에 육박하는 주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음을 명백히 밝혔다.

신임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성원을 공개하는 것은 우리금융에 더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까진 공적자금을 받은 원죄로 사실상 금융 공기업으로 취급받았다. 전직 장관급 출신을 회장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한편에선 그 중량감으로 기대를 품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상장한 금융회사가 주총에서 회장을 새로 선임하고도 찬성률은 나중에 공시로 말하겠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상적이진 않다. 우리금융의 주주총회는 코로나 비대면을 계기로 정착된 인터넷 중계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깜깜이 주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약식으로 생략하는 것을 주주들이 문제 삼지 않으니 그렇게 하는 건데, 원칙적으로는 즉시 공개해야 한다"며 "전자투표제라 기술적으로 어려운 게 아닌데 한참 뒤에 공개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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