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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도부 실언에 관대한 與…'친윤 브레이크'가 없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두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사진=김성진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두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사진=김성진 기자]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집권여당 최고위원이 최근 대통령의 공약을 부정하고, 당을 넘어 국민의 정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광훈씨 주관 예배에서 '(당이)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는데 그런다고 전라도 표가 나오나'라는 전씨 말에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가 "전라도에 립서비스 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김 최고위원은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이라고 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대통령과 당이 표를 얻으려고 대국민 공수표를 남발했다고 읽힐 수 있는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우스갯소리처럼 한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 최고위원은 "개인 의견"이라고 둘러댔지만, 집권여당 최고위원직을 쥔 채 수많은 사람 앞에서 대통령 공약과 배치되는 말을 하는데 개인 의견이 어디 있나 싶다. 특히 '조상 묘' 이야기는 정치인으로서 그의 가치관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 "(전씨가) 원하는 것을 최고위에 가서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농담 여부를 떠나 당원들에게 자괴감을 주지 않았을까. 더 놀라웠던 것은 김 최고위원의 이러한 '일탈'에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실도 상상 이상의 관대함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그의 사견으로 치부하며 "윤 대통령의 5·18 정신 계승과 헌법 수록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고, 김기현 대표 등 동료 최고위원들은 "발언이 부적절했다" 정도의 지적에 그쳤다.

결국 김 최고위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5·18 정신 헌법 전문 게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발언 이틀 만이다. 약속에 쉽사리 믿음이 가지도 않는다. 적지 않은 국민은 김 최고위원이 어떤 약속을 하거나 입장을 바꿀 때 그의 '조상 묘'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까. 이런 '온라인 사과' 형태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정확하게 어떤 발언이 문제고 왜 사과하는지, 대통령 공약에 대해 왜 돌연 입장을 바꿨는지 설명도 부족했다.

전당대회 때만 해도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김기현 대표를 제외한 당권주자의 윤 대통령 관련 선거 구호·발언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불호령을 내렸다. 안철수 의원의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 표현을 두고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급인가'라며 면박을 줬던 대통령실이나 친윤계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대통령 공약을 희화화한 최고위원의 발언을 가벼운 실수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어떤 공개 경고나 처분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듯하다. 일종의 '제동 장치'가 당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아닐까. 전당대회에서 모두 낙선하기는 했지만, 비윤(非尹) 최고위원이 김 최고위원과 같은 행동을 했어도 당 차원의 제재가 없었을까 궁금하다.

요즘 비공개 최고위 분위기는 속된 말로 '달달하다'고 한다. '친윤 일색' 지도부인 만큼 큰 이견 없이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된다는 취지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내부 기류가 김 최고위원 논란을 희석시킨 것은 아닐까.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총선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했다. 대선·지선 승리와 친윤의 전대 석권, 야당 대표 사법리스크까지 부지불식간 밀려든 호재에 당이 도취돼 있다는 지적이다. 당이 주문처럼 외치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 '친윤 브레이크' 없이 가능할까 싶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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