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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싸게 팔아줄 부동산 찾아요"


급매물 소진 소식에 집주인들 중개업소 발굴 적극적…"호가 밑도는 가격에는 나서지 않겠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5억원에 거래된 아파트를 7억원에 팔아 준 부동산 어딘지 알고 싶어요.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받고 팔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자꾸 가격 깎으려는 곳보다 이렇게 고점에 거래 성사시킨 부동산을 알아낸다면 전속으로 중개를 맡길 생각입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매수자 우위인 시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매도하려는 집주인들의 분위기는 이제 '올려 받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어가는 분위기가 읽힌다. 특히 집값이 박스권 내에서 오르락내리락 등락을 반복하면서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낙폭이 전주 대비 일제히 축소됐다. 서울은 서초구가 보합을 나타내는 등 강남 3구 모두 하락폭이 2배 이상 줄었으며 신도시는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0.02%) 이후 가장 낮은 변동률을 보였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하와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으로 급매물 소진 속도가 빨라졌고, 매도호가의 하향 조정이 둔화하면서 전체적으로 하락폭이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이처럼 낙폭이 큰 일부 지역, 단지 중심으로 매물이 소화되며 가격이 박스권 내에서 오르내림이 반복되고 있다. 일선에선 급매물 기준으로 호가를 더 낮추려는 매수자들과 가격을 유지하려는 매도인들 사이의 줄다기리도 팽팽하다.

일각에선 예비 매수자들의 집값 후려치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최근엔 이와 반대로 같은 매물이라도 더 비싸게 팔아 줄 부동산을 찾는 집주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강남구 도곡동 일원 한 대단지에서는 입주민들 사이에 단지 내 특정 부동산이 집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준다는 소문이 났고, 아파트를 매도하려는 집주인 대다수가 전속중개 계약까지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예전부터 비싼 가격에 계약을 잘 성사시킨다고 소문이 났던 곳"이라며 "이미 같은 동에서 이 부동산에 전속 중개를 맡긴 사람만 10명이 넘는다. 아무리 시장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팔고 싶은건 집주인이라면 당연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 인근 한 단지에서는 올해 첫 거래 4건이 지난달 이뤄졌는데, 지난해보다 고가에 거래되면서 해당 계약을 이끈 중개업소를 수소문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이 일대 B부동산 대표는 "지난해 1건만 계약되며 거래실종 상태였으나 지난달에만 고점에 2건이 거래됐으니 이목이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실거래 등록이 되자 집주인들이 어느 부동산에서 거래했는지, 이 가격에 지금 팔아줄 수 있는지 전화가 쏟아졌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고가에 거래를 성사시킨 부동산을 찾는 문의글이 등장했다. 이 게시글에 나온 한 아파트에서 이달 동일면적대 매물 2건이 5억원과 7억원에 팔렸다. 글 작성자는 "7억짜리 거래를 중개한 부동산이 어딘지 알고 싶다"며 "매물을 그 부동산에 내놓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거래가 성사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격을 최대한 조율하는 선에서 매수자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며 "그러나 우선 집을 비싸게 팔면 소문이 나고, 전속 중개도 많이 들어온다. 정해진 중개수수료 외에도 추가로 중개인이 챙기는 인센티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급매물 소진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크게 낮춘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매수자 또한 추격매수 대신 관망을 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백새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책임연구원은 "급매물 소진이 마무리되는 일부 지역의 경우 당분간 집주인들은 호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적극적인 거래활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수자 또한 추가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추격매수의 움직임보다는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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