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싸고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전셋값 하락세로 인해 빚어지는 일들이다.
특히 세입자가 계약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에게 나갈 것임을 예고한 후 이사 갈 집을 구한 상태에서 집주인이 반환해줄 보증금 마련을 하지 못한 경우 갈등은 첨예해지게 마련이다. 이때 세입자가 이사를 하면서 집 열쇠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집주인에 넘겨야 하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 서초동 일원 대단지에 거주하던 40대 A씨는 임대인이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결국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달 1일 이사를 진행했다. A씨는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고 이사를 나가기 2주 전 임차권등기를 설정했지만, 불안감에 이사를 마치고도 임대인에게 열쇠를 반납하지 않고, 도어락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중개인 측에서 A씨에게 새 임차인을 이른 시일 내에 구해 전세보증금을 반환받길 원한다면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열쇠를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이사를 마치고 나서 해당 매물을 중개했던 부동산 대표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관리에 필요한 도어락 비밀번호와 열쇠를 반환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중개인 B씨의 말에 따르면 임대인이 집을 수리해서 하루빨리 새 세입자를 구해 임대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하므로 열쇠를 반납하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개인 B씨는 A씨에게 "짐을 모두 옮겼더라도 임대인이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관리할 수 없는 상태라면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월세나 관리비 지급 의무가 생길 것"이라고 통보했다.
A씨는 계약기간이 만료, 해지통고 후 이사 전 이미 임차권 등기설정을 마쳤지만, 이대로 열쇠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넘겨도 될지 불안감에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A씨는 "중개사의 말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줘야 할 것 같은데, 이미 임대인과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 넘겨줘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 의문"이라며 "주변에서는 이사 나간 이후에도 점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짐 일부를 남겨두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절대 열쇠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문제와 관련, 전문가들은 집주인에게 열쇠를 반납,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임차인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어서다. 단, A씨처럼 임차권등기가 선행된 상태에서 명도가 이뤄져야 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임차권등기를 완료하고 완전한 인도가 되도록 처리하려면 임대인에게 열쇠를 주거나 도어락 비번을 알려줘야 한다"며 "임차권등기가 설정되면 점유하지 않아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생겨서 점유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차인이 늦어진 전세보증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받으려면 열쇠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넘겨야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지연이자를 청구할 때 다툼의 소지가 있어서 열쇠 반납 또는 도어락 비번을 임대인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임대인에게 열쇠를 반납하는 것이 맞다"며 "임차권등기를 완료했기 때문에 대항력은 유지되므로, 굳이 실제 점유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 열쇠를 반납하고,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다음날부터 지연이자 청구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집주인은 '임차권등기'가 걸리면 부담이 되는 만큼 세입자와의 원만한 사전협의를 통해 양해를 구하고 지연이자는 납부하되, 임차권등기가 설정되는 것을 막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실제 일선 중개업소에선 임차권등기가 집주인에게 매우 큰 타격이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세입자를 설득해 지연이자를 주겠다는 계약서를 쓰고, 원만한 협의를 통해 임차권등기를 최대한 막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동의가 돼 임대인 측과 어떤 방식이든 협의했다면 등기부에 기재되지 않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임차권등기는 계약만기가 지나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원 재판을 통하는 등 여러 절차를 거친 후 등기 명령을 받아야 한다"며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임차권등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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