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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올립니다…당분간만" 소주·맥주값 '시한부' 동결


정부 압박에 '소나기 피하자'…"언제까지 가격 인상하지 않을지는 장담 못해"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주류업체들이 잇따라 소주와 맥주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 일각에선 시장 경제를 역행하는 식으로 과도하게 억누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가격 동결 조치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식당가에 놓인 맥주와 소주 공병. [사진=김태헌 기자]
한 식당가에 놓인 맥주와 소주 공병. [사진=김태헌 기자]

정부가 음식점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과도한 수준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공언한 후 주류업체들은 27일부터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하이트진로는 전날 가장 먼저 소주 가격 인상 논란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 "가격인상 요인은 존재하지만,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제품가 동결을 선언하면서 롯데칠성음료 등 경쟁 소주업체들 역시 당분간 제품가를 인상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오비맥주도 같은 날 "당분간 제품가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6천원 소·맥주 논란'은 당분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가격 동결 방침이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류업계에서는 정부의 공개적 가격 인하 요구를 거부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을 동원한 전방위 압박이 예상돼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가격 동결을 선언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러면서도 '당분간'이란 단서에 시사하는 바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 전망이 주류에 붙는 세금인 주세와 소주의 주재료인 주정, 소주 공병 가격 등이 오른데 따른 것으로, 주류 업계가 이를 통한 손실을 무한정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최저임금인상은 물론 전기와 가스비용까지 모두 오른 상태다.

주류업계는 최근 정부의 압박이 식당가의 '소주값 6천원' 전망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기업은 소주와 맥주에 대해 100원 가량 제품가를 올리지만 소상공인들이 판매 마진을 높게 잡아 발생한 이번 논란을 기업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류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렇게 압박을 하고 나오는데,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정으로 당분간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는 일시적일 뿐, 언제까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다보니 정부가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애먼 기업들 팔만 비틀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주류 업계 압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주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소주 가격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입장인 거 같은데, 가격이 부담 된다면 소비가 하락해 자연스러운 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시장경제"라고 말했다.

또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 팀장도 "가격 통제가 광범위하게 펼쳐질 경우 하이퍼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위적 통제는 비효율적일 뿐더러 특정 상품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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