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수현 기자]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피해를 입은 베트남인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의혹에 대한 최초의 사법부 판단이다.
![베트남 전쟁 중이었던 1968년 2월12일 일어난 '퐁니·퐁넛 민간인 학살사건' 직후 미군이 촬영한 퐁니·퐁넛 마을 모습이다. [사진=응우옌티탄씨 소송대리인단 제공]](https://image.inews24.com/v1/7789342cd3bf2c.jpg)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전날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63)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3천만100원,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응우옌씨 마을 주민들을 한 곳에 강제로 모이게 한 뒤 총으로 사살한 게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일명 '퐁니·퐁넛 학살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74명이 학살된 일이다. 이 사건은 '제2의 미라이 학살'이라고 불렸을 만큼 외교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8살이었던 응우옌씨는 한국군에 의해 복부에 총상을 입었으며 함께 총격당한 자신의 가족들도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측 대리인은 피해자나 목격자들의 진술만으로는 가해자가 한국 군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베트콩이 한국군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베트남전 특성상 정당행위였다고 피력했다. 또 베트남과 한국, 미국 간의 약정서 등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17df2ecfbe1cb.jpg)
그러나 재판부는 "군사 당국 및 기관 간의 약정서는 합의에 불과하다"며 "베트남 국민 개인인 원고의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청구권을 막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응우옌씨는 판결이 나온 뒤 법원 앞에 몰린 취재진과 화상 통화에서 "학살 사건으로 희생된 74명의 영혼들에게 오늘의 이 기쁜 소식이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파병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이날 판결 수용에 관한 언론의 질의에 "관련기관(국가보훈처) 협의를 통해 후속 조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해 불복 방침을 내비쳤다.
/홍수현 기자(soo0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