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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히려 끌려 가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너희 여기 끌려왔어?"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학군장교로 임관하기 위한 훈련을 받던 기자가 교관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저 말에 대한 머릿속 대답은 항상 '징병제이긴 해도 내가 선택한 길이니 끌려온 것은 아니지'였다. 함께 훈련받던 대부분의 전우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게 입영 훈련, 임관, 군 복무, 전역을 거친 현재. 이제는 용사로 '끌려가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한층 더 강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 정권의 변화 속에서도 휴대전화 사용과 봉급 인상 등 군 용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생각되나 이에 따라이로 인해 군은 초급 간부 수급에 대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대한민국 육군 장교는 출신에 따라 사관학교, 3사관학교, 학군장교, 학사장교, 간부 사관 등으로 나뉜다. 이중 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로 알려진 학군장교는 초급 장교의 약 7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지니고 있다.

학군단은 지난 1961년 전국 16개 종합대학교에서 창설된 이후 현재까지 약 22만 명22만명 이상의 장교를 배출해왔다. 여군 장교 역시 2천300여 명에 이른다.

창설 당시만 해도 ROTC는 용사들의 복무기간인 36개월보다 짧은 28개월의 복무기간, 공무원 봉급표에 따른 급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복무환경, 장교전형 채용이라는 취업전선에서 유리함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장교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시대 흐름 속에 ROTC만의 장점은 사라지고 있다. 용사들의 군 복무 기간이 최초 36개월에서 절반인 18개월로 줄어드는 동안 학군장교의 복무기간은 변함없이 28개월이다.

급여 역시 올해 병 봉급이 육군 병장 기준 100만으로 인상됐고 향후 더 인상될 계획이다. 9급 공무원의 봉급을 받는 초급 장교의 월수입과 아주 큰 차이는 없는 수치다.

자유로운 휴대전화 사용과 출퇴근 등 용사들에 비해 편했던 복무환경 역시 전격적인 군 내부의 휴대전화 사용에 따라 차이점이 희석됐다. 또 해마다 4천여 명에 달하는 장교 출신이 사회로 쏟아져 나와 취업 시장에서의 혜택 역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제 입대를 고려하는 이들에게 보이는 건 초급장교가 가진 단점뿐이다. 일반 용사보다 복무기간은 무려 10개월이나 길고 임관 역시 대부분 대학 과정을 모두 마친 23세 이후에나 가능하다. 꽃 같은 나이의 대학 3, 4학년 때 군기를 유지해야 하고 방학 중에는 4주간 육군학생군사학교에 입교해 훈련까지 받아야 한다.

남성의 경우 학군장교로 임관해 전역을 하게 되면 26세가 된다. 뒤늦게 취업 전선에 뛰어든 자신과 달리 일반 용사로 입대한 주변 친구 몇몇은 이미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최근 ROTC 지원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5대 1이었던 ROTC 지원경쟁률은 지난해 2.4대 1까지 떨어졌다.

몇몇 교육대학교는 ROTC 제도를 폐지한 상태이며 유지 중인 학군단 일부에서는 지원율이 '미달'을 보이는 사태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지난해 뚝 떨어진 지원율로 인해 학군 후보생 모집 기간을 한 달 연장했음을 고려하면 더욱 저조한 수치다.

위기가 고조되자 국방부는 초급 간부들의 단기 복무장려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 간부들의 처우 개선을 통해 초급 장교 인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청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군 학군장교 출신 A씨는 "사회적 인식뿐만 아니라 급여 메리트까지 없어진 오늘날, 국가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청년들의 희생을 요구하기엔 세상이 많이 팍팍해졌다"며 "생존의 문제가 달린 현대 사회에서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병사들보다 더 길게 복무할 여유는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워라밸과 주4일제를 선도하는 사회에 비해 아직도 종종 들려오는 병영 부조리 문제 역시 선진화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며 군의 고질적인 문제도 꼬집었다.

또 다른 학군장교 출신 B씨 역시 계속되는 군 내부 변화에 "(ROTC에게 남은 것은) 얼마 안 되는 돈과 부질없는 명예뿐"이라고 강하게 비꼬았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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